[시론] 60·70년생,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을
합계출산율이 이제 0.78명이다. 이런 수치는 문명사에 유례가 없었다. 앞으로 한국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1977년생인 필자가 환갑이 되고, 아이가 핵심 생산가능연령(25~54세)에 진입하는 15년 후 미래를 상상해봤다.

세대 간 갈등이 첨예한 연금과 재정을 생각해보자. 두 제도는 후세대의 인구와 소득이 충분히 증가한다는 전제 위에 설계됐다. 전제가 어긋나면 현세대가 후세대의 소득을 이전받는다. 심지어 채무자(현세대)가 채권자(후세대)에게 동의를 구한 것도 아니고, 상환 의무도 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오랜 기간 저성장·고령화를 피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전망한다. 결과적으로 현 공적연금 체계와 정부 채무는 후세대에 대한 지독한 부정의(不正義)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전 정부의 대통령과 여당은 역대급 높은 지지율과 의석수를 가지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적폐라며 들볶였던 박근혜 정부도 상당한 수준의 개혁을 했는데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정부 빚에 상한선이 왜 필요하냐고 따졌고, 실제로도 정부 채무를 엄청난 규모로 늘려놨다. 더불어민주당은 타당성도 확인되지 않은 각종 현금성 지원책을 쏟아냈다. 이재명 대표는 천문학적 재정이 필요한 기본소득이 트레이드 마크다. 앞으로도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포퓰리즘이 이제 당의 정체성이다.

한편 미래에 가장 큰 세대 집단은 60대에 진입하는 X세대(1970년대생)와 70대에 진입하는 86세대(1960년대생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각각 800만 명, 750만 명에 이른다. 10대는 250만 명, 20대는 450만 명에 불과하다. 1인 1표의 민주주의로 대결하면 젊은이가 늙은이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X세대는 민주당을 지난 세 차례 대선에서 60% 넘게 지지했다.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20대 때보다 40대 때의 지지율이 더 높다. 나이가 들면서 보수 지지율이 높아지는 연령 효과도 없었다. 이런 식이면 60대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86세대의 경우 연령 효과가 나타나긴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기본적으로 워낙 높다. 70대에도 앞선 세대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단단한 정치 성향을 가진 압도적 숫자의 60·70대가 15년 후에도 민주당을 떠받친다.

민주당과 1960·1970년대생 연합이 이해당사자인 80세 이상 인구까지 포섭하면, 고령층이 핵심 노동력 집단을 투표로 이길 수 있다. 노동하고 세금을 내는 국민보다 연금 받고 세금 쓰는 국민이 민주주의에서 우위를 점한다. 이때 포퓰리즘 전문가인 민주당이 고령층의 요구를 그럴듯한 이론과 정의로 포장할 것이다. 그들에게 연금과 재정은 화수분이고, 미래를 위한 착한 적자다. 60·70대가 민주당을 매개로 각종 선거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조직된 고령층이 쪽수로 정부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있다. 이탈리아는 노조 조합원의 50% 이상이 퇴직자다. 정부는 20년 넘게 연금 개혁에 매달렸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은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등이다. 출산율은 유럽 최하위권이다.

필자는 15년 후 한국 사회를 1960·1970년생이 60·70대가 된다는 의미에서 ‘60·70체제’라고 부르려고 한다. 현 세태가 계속되면 이 체제의 특징은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에 유비하면) 세대 간 착취를 영구화하는 노인 독재가 될 것이다. 이제라도 두 세대가 포퓰리즘 그리고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