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에 따른 무역적자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10일까지 실적을 보면 3월 수출은 전년 대비 하루 평균 27% 감소했다. 올 들어 무역적자는 불과 70일 만에 227억달러가 났다. 지난해 전체 적자(474억달러)의 절반에 육박했다. 매달 나오는 수출입 통계를 보기가 겁날 지경이다. 40년 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쇼크와 겹쳐 투자·소비심리를 더 얼어붙게 한다.

수출 침체의 주요 원인은 역시 반도체를 위시한 주력 품목의 감소세다. 이 판에 대중국 수출이 35%나 급감했다. 코로나 진정세에 따른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지만 대중 적자만 14억달러를 넘어섰으니 수출의 양과 질 모두 급격히 나빠졌다. 이 와중에도 수입은 전년 동기에 비해 2.7% 늘었다. 경고음이 더 커진 셈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에는 부진하지만 하반기엔 회복하는 ‘상저하고’를 예측했지만, 하반기까지 침체가 계속되는 ‘상저하저’의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그나마 SVB 사태는 미국 정부가 고객 예금 전액을 지급 보장하기로 하면서 뱅크런 위기는 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스타트업 업계의 자금줄 축소 걱정은 여전하다. 국내 금융·투자시장에도 좋을 일이 없다. 더 큰 걱정은 구조적 문제처럼 심각해지는 무역적자다. 정부는 어제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무역금융 2조원 확대 같은 수출 활성화 추가 지원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짜낸다고 짜낸 이런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의문이다. 더구나 SVB 사태가 다시 악화해 원·달러 환율이 또 치솟으면 수입 급증 이상의 악조건이 펼쳐진다.

걱정은 커져도 특효책이라고 할 단기대책이 없는 게 지금의 수출 급감과 무역수지 악화다. 그래도 제1의 수출품인 반도체에 대한 지원 확대는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법적 제도적 방안은 이미 나올 대로 나와 있다. 정부와 국회가 당리당략을 접고 비상한 각오와 태세로 총력 지원을 펼쳐야 할 시점이다. 다른 산업에서도 수출 걸림돌로 작용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제거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