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가 계속 늘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 교육부와 통계청 공동의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지난해 국내 사교육비는 26조원으로 추정됐다. 2017~2020년 18조~20조원대에서 2021년 23조4000억원으로 21% 급증하더니 1년 새 또 10.8%나 늘었다. 전반적인 물가 급등세를 감안해도 과도하다.

사교육 시장이 이렇게 커진 1차 원인은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학교 교육이 제구실을 못하기에 해가 바뀌어도, 저출산으로 학생이 급감하는 와중에도 사교육 열풍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퇴출 걱정은커녕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않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장기간 누적되고, 심지어 붕괴했다는 비판까지 받는 상황에서 사설학원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를 누가 탓할 수 있나. 학교 교실의 면학 분위기·학습 수준과 실력으로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학원가 수업의 질이 어떻게 차이 나는지 교육당국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과도한 입시 열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지만 해법은 학교 교육의 조기 정상화다. 초·중등 학생이 학원 등 과외시장으로 달려가는 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해마다 뚝뚝 떨어지는 기초학력 저하 현상부터 추세를 확 돌려야 한다. 평준화 타령에서 벗어나 수월성 교육도 인정해야 ‘잘하는 학생이 더 잘하기 위해’ 학원을 찾는 게 줄어들 것이다. 지출비용이 가장 많은 영어·수학은 물론 예체능까지 모든 학습 활동을 학교와 교실로 수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선 교사들의 전향적 자세를 거듭 고대한다.

사교육 비대증은 교육당국 책임이 크다. 올해 교육부 소관 예산만 102조원이 넘는데 막대한 이 돈을 어디에 쓰고 있나. 학생 급감으로 서울에서도 폐교가 나오는 와중에 기계적으로 늘어나는 교육교부금은 넘쳐 주체를 못한다. 이런 판에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어나는 것을 ‘공교육 시스템 고장’ 외에 무엇으로 설명할 텐가. 윤석열 정부가 교육개혁을 3대 과제로 내세웠지만, 개혁 방향도 로드맵도 아직 제시한 게 없다. 이대로 가면 내년 조사에선 사교육비 지출이 또 신기록을 세울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