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교육이 답이다
중학생 때 두 살 위 언니가 늑막염에 걸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방과 후 언니를 돌보며 병원에는 흰색 가운을 입었다고 모두가 의사는 아니며 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일하는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대학 정시 입시가 끝난 지금도 의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SKY 대학 합격생의 약 30%가 등록을 포기하고 반수·재수·삼수를 선택해 신입생들의 대이동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초등 의대 입시반’까지 개설한다는 소식에 전문대학 현장을 지키는 처지여서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수업 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의술을 배우고 익혀 의사로 성장하는 것은 다양한 현대병을 달고 살며 코로나 같은 전염병에 노출된 우리에게 희망이 아닐 수 없으나 미지의 감염병에 대한 연구직이라든지 급한 수술로 생명을 구해야 하는 외과,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시발점이 되는 산부인과, 소아과를 선택하는 학생은 적고 상대적으로 수입은 많고 몸은 덜 고달픈 분야로만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볼 때 과연 의과대학 졸업생들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게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수학 점수가 바닥이었고 좋아하는 체육 시간을 교실에서 암기식 수업으로만 보내던 아들이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난 고민했다. 유학생들의 일탈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성적이 안 좋아서 도피성으로 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자격지심이 들었지만 아들을 믿고 지·덕·체(智·德·體)보다 체·덕·지(體·德·智)를 우선시하는 고등학교를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그 학교에서 스포츠 동아리 활동을 하려면 모든 과목이 평균 이상이어야 했기에 아들은 좋아하는 미식축구를 하려고 스스로 친구들에게 밤샘 지도를 받으며 수학 점수 B 이상을 유지했다. 미식축구 주장을 맡았고 고교 리그에서 MVP를 수상하면서 또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이후 졸업식 때 학생회장 자격으로 연설해 엄마의 눈물을 훔쳤고 원하는 대학에 수시 전형으로 합격해 웃음을 되돌려줬다.

교육에 관한 많은 이론과 정의가 있고 누구나 교육전문가로서 말을 보태지만 필자는 교육이란 가르치고 배움으로써 자신만의 삶의 가치를 스스로 정립하고 그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은 머리에 고깔을 씌웠다가 사냥할 때만 벗겨 먹이에 집중하도록 하는 사냥매 사육이나 눈가리개를 씌우고 앞으로만 내닫게 하는 경주마 키우기와 다름없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세상에는 하늘의 제왕인 독수리도, 물에서 뭍에서 살아가는 오리도, 대들보가 될 홍송도, 아름답게 굽어 선산을 지키는 소나무도 모두 자기 역할에 충실하며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 우리 아이들도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 그 분야의 역량을 키우고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함과 동시에 그 일로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게 한다면 그 교육이 바로 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