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장 등락에도 필요한 주택 공급 정책
집값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등 거시여건 변화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수도권과 지방 할 것 없이 모두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둔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다양한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급 기반 강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주택 정책을 폈다. 지난해 ‘8·16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당시 향후 5년간 270만 가구 주택 공급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청년·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분양주택을 ‘뉴홈’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활용해 50만 가구 선보인다고 했다. 과거 도심 내 주택 공급을 가로막던 재건축 3대 대못도 뽑았다. 이런 주택 공급 기반 강화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을 추구하려고 했다.

그러다 가파른 금리 인상 등 거시여건이 변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위축됐다. 집값 하락 폭은 역대 최고, 거래량은 역대 최저, 미분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이 추세로 침체가 지속되면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이 불가피해진다. 결국 집을 가진 사람도, 없는 사람도, 가지려는 사람도 모두 고통받는 상황에 처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나치게 가파른 집값 하락 폭과 시기를 조절하고, 실수요자의 원활한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예정된 규제 정상화에 속도를 높였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경제정책방향과 업무보고 등을 통해 규제 지역을 대폭 해제하고, 전매 제한 완화,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연장 등 큰 폭의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놨다. 대부분 시장이 급등했던 2019년부터 2020년 도입된 규제를 시장 상황에 맞춰 과열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시장 기능 회복과 서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돼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규제가 풀리면 투기가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세제 중과 체계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실수요 목적의 거래만 허용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제도도 유지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이런 우려보다는 얼어붙은 투자심리, 주택 거래 실종을 넘어서 멸종 상태에 이른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

적절한 시기를 놓친 정책은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은 식어가는 부동산 시장의 시의적절한 시점에 마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주택 공급 정책의 방향을 틀어서는 안 된다. 시장이 어렵다고 집값이 하락한다고 계획을 철회하거나 공급을 줄이면 향후 시장이 나아졌을 때 또 가격 급등 현상을 겪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