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오는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당의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용감하게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의 출마를 놓고 지루한 내분을 겪은 국민의힘은 ‘나경원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본격 경선전에 돌입하게 됐다. 그의 불출마 이유가 무엇이든 이제라도 집권당 경선전이 제 궤도를 찾아가기 바란다.

그간 국민의힘 경선전은 많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당의 최대 이벤트인 대표 경선은 치열한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떠들썩한 게 오히려 득이 된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싸움이냐다. ‘경선룰’을 놓고 옥신각신하더니 나 전 의원 출마를 두고 한 달 넘게 친윤(친윤석열)과 반윤으로 갈려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집권당 대표로서 여소야대 정국을 어떻게 돌파하고, 윤석열 정부 국정을 어떻게 뒷받침하겠다는 등 비전은 찾기 힘들었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뒤에도 집안싸움에 매몰돼 두 번이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놓고 반성은커녕 당권 잿밥을 두고 난장판을 이어갔으니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2년간 국민의힘을 이끄는 차기 대표의 임무는 막중하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한다. 윤석열 정부가 여소야대 정국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이 판도를 바꿔놓지 못한다면 임기 끝까지 야당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대표 경선전은 윤심(尹心)을 놓고 비방전을 벌일 게 아니라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민생 고통 해결책과 입법 권력을 틀어쥔 대(對)야당 전략 등을 놓고 경쟁하면서 집권당 본분을 찾는 무대가 돼야 한다. 여당 대표 경선은 단순히 내부 경쟁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집권당으로서 비전을 보여주는 기회다. 그러기 위한 싸움이라면 더 치열하게 벌여도 박수받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