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람의 마음 얻는 법 '경청'
이청득심(以聽得心),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 그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귀 기울여 듣는다, 즉 경청은 그냥 듣는 것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한자로 살펴보면 차이가 좀 더 분명해진다. 경청(傾聽)은 귀 기울일 경, 들을 청으로 구성되는데, ‘청’자를 다시 뜯어보면 왕과 같은 귀, 열 개의 눈, 하나의 마음으로 이뤄져 있다. 과거부터 경청은 귀를 기울여 상대의 말을 듣고, 눈은 2개지만 10개로 만들어 상대방의 미세한 동작까지 관찰하는 한편, 집중해서 상대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경청하고 있음을 상대방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는 귀로 듣지만 역설적이게도 상대방은 우리의 눈을 보고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경청의 ‘청(聽)’자를 열 개의 눈(十目)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말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적절한 순간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다양한 표정, 몸짓을 통해 경청하고 있음을 알릴 수 있다. 반대로 듣는 사람이 휴대폰을 쳐다보는 등 태도가 산만하면 그 사람과는 말을 나누기 점차 꺼려진다.

직장생활 초반 만났던 상사가 시선을 마주하며 미소를 띤 채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보고를 받던 모습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도중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텐데 보고를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나씩 짚어주던 모습에 존중받는 느낌이 들고 더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됐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뚜렷하게 남아 수시로 경청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미국에서 300여 개 조직 내 관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관리자가 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자질로 경청이 상위권에 뽑히기도 했다. 업무를 하다 보면 사소한 것도 보고하는 직원이 있는데 이 경우 ‘그런 걸 뭐 하러 보고하지?’라고 대응하면 더 이상 조직 관련 정보가 모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직장에서 잘 듣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경청은 쉽지 않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생각을 처리하는 속도는 말하는 속도보다 4배나 빨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만의 생각에 빠지기 쉽다. 이처럼 마음을 다해 집중해서 듣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경청은 인간관계의 시작이므로 의식적인 노력과 일상생활 속 연습을 통해 충분히 기를 수 있다. 당장 오늘 옆자리 동료와 대화할 때 진솔한 눈 맞춤, 공감의 끄덕임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