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독재자와 베네딕토 16세
지난해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확고한 동맹은 ‘서구 사회의 쇠퇴’를 전제로 했다. 지난달 31일 선종한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서구 사회의 종말에 관해 얘기했다. 하지만 푸틴과 시진핑의 견해를 공유했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모욕이다. 서구 사회가 도덕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는 그들의 냉소적인 기회주의 전략을 지지할 뿐이다.

러시아 ‘봇’은 서구의 소셜미디어에 파괴적인 쓰레기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부모와 국가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틱톡 플랫폼을 문화 침식에 활용하고 있다고 믿는다.

베네딕토 16세는 서구 사회와 그가 평생을 바친 천주교 전통을 지키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의 전임자이자 절친한 친구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로널드 레이건, 마거릿 대처, 그리고 소수의 친서방 지식인을 소련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의 싸움에서 동맹으로 삼았다.

서방 흔들려는 푸틴과 시 주석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은 주로 군사적, 경제적 측면에서 논의된다. 푸틴의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방어 전략은 전투와 경제 제재다. 시 주석이 중국을 침략국으로 만들었다는 새로운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생각하는 방어 전략은 경제적 제재와 태평양 지역에 방어 자금을 대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는 푸틴과 시 주석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그들의 공격은 군사적, 경제적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근본적인 믿음 체계를 흔드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둘러싼 갈등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유 민주주의는 서방 세계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고, 경제적·문화적 우위를 구축하도록 이끌었다. 푸틴과 시 주석은 서방이 이런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서구의 믿음 체계가 취약해졌으며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푸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도덕적 역사적 진실은 우리 편”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21세기 중국의 과학사회주의는 새로운 활력으로 넘쳐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 경쟁에서 ‘승리’할 것인지 여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서구의 가치를 그들의 것으로 대체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교황의 메시지 되새겨야 할 때

베네딕토 16세는 이런 중국의 위협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2010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그는 중국 본토에 있는 교회 신자들에게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잃지 말라”고 촉구했다.

푸틴과 시 주석은 서구 사회를 흔들고자 한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서구 사회는 이미 많은 문제와 단절로 불안정한 상태다. 세속주의는 나쁜 선택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자의 해결책은 주말에 교회에 가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우리 누구도 혼자가 아니란 점을 배운다. 종교적 믿음의 설파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아니지만 유행에 뒤떨어진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의 선종을 계기로 견고한 사회, 국가를 만들어가는 데 종교의 적절한 역할을 강조한 그의 주장을 되새겨볼 만하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Putin, Xi and One Dead Pope’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