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주노총 등 노조의 ‘깜깜이 회계’에 칼을 들이대기로 했다. 노조의 재정 정보를 들여다보고 필요한 내용을 공개하도록 해 회계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좌파 정권의 비호 아래 거대 권력이 된 민노총은 2019년 기준 100만 명이 넘는 조합원으로부터 회비를 걷고 있지만, 전체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 산하 산별노조 중 규모가 큰 곳은 1년 예산이 300억~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노동계는 추산한다. 막대한 예산에 사회·정치적 입김이 센 상급·거대 노조일수록 수입·지출을 상세히 공개하고 외부감사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러지 않아 조합원들조차 불만을 터뜨리는 실정이다. 노동조합법에 회계 감사 규정(제25조)이 있지만, 조합원 등이 회계 결산 결과에 대한 자료 열람만 청구할 수 있을 뿐 회계감사 요구권이나 자료 청구권은 없다. 노조 간부의 횡령·배임 의혹이 불거져도 제대로 대처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연간 25만달러 이상의 예산을 운용하는 노조는 정부에 예산 보고를 해야 한다. 영국에서도 노조가 행정관청에 회계를 보고하게 돼 있다.

불투명한 재정 운용도 문제지만, 법치주의를 뒤흔들고 복합경제위기 상황에도 대정부 강경 투쟁을 일삼는 민노총에 해마다 국고보조금을 주는 게 맞는지 묻고 싶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민노총, 한국노총(소속 노조, 관련 단체 등 포함) 지원 및 위탁 사업 예산은 35억원에 달하고 내년엔 44억7000여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와 별개로 서울시가 민노총 등 노동단체에 위탁한 강북 노동자복지관과 서울노동권익센터 등에 지원할 내년 예산만 33억원이 넘는다. 민노총 등은 정부가 노동자 복지를 위해 지은 노동자복지관을 사실상 자신들의 사무실처럼 쓰고 있다.

민노총 산하 화물연대 파업(집단운송거부) 사태에서 보듯 경제를 나락으로 몰아넣는 노조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정부 지원의 근거가 된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배임행위다. 이 법은 경제위기 극복과 상생·협력의 노사관계 구축 사업 지원을 위해 2010년 제정됐다. 민노총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중단과 재정 운용 투명성 제고는 미룰 수 없는 노동개혁 과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