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 설 연휴를 전후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정상적 상황이 대부분 해소될 전망이지만, 유독 이런 사회적 움직임에 꿈쩍도 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 코로나 이전보다 점포 운영시간이 1시간 줄어든 은행이 대표적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7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오전 9시~오후 4시인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단축했다. 당초 수도권만 10일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가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자 은행 노사 간 합의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전’까지로 연장하기로 하고, 시행 지역도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은행 업무시간과 코로나 방역은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다. 식당이나 카페, 주점 등 음식물을 섭취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곳과 은행 점포는 환경이 크게 다르다. 오히려 영업시간이 단축되면 상대적으로 단위 시간당 이용자 수가 늘어나 방역에 부정적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근로자는 일을 적게 하고, 사측은 점포 운영 비용을 줄이려는 노사 간 이기심의 발로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노사 모두 영업시간 정상화에 미온적이다. 노조는 영업시간 복구는커녕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를 기화로 주 4.5일제까지 요구하는 판국이다.

결국 불편을 겪는 사람은 애꿎은 금융소비자다. 특히 인터넷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은행은 민간기업이지만 공공 서비스 기능 또한 높은 곳이다. 캐나다와 같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도 공휴일과 야간에 문을 여는 은행 지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또한 ‘위드 코로나’에 들어가면서 단축한 영업시간을 원상복구했다. 국내 최고 연봉에 사상 최대 이익을 구가하고 있는 은행이 고객 편의는 아랑곳없이 자기들 편의만 추구하는 모습은 참으로 볼썽사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