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유사시 다른 나라를 선제 공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은 동북아시아 외교안보 질서를 더 요동치게 할 변수다. 일본 헌법은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제9조)고 명시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공격을 받을 때만 최소한의 자위력을 행사하는 전수방위 원칙을 지켜왔다. 그런데 이른바 ‘안보문서’ 개정은 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다.

다음달 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일 방위협력지침 강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방어’에 전념하던 일본의 역할 변화를 추인받으려고도 한다. 일본은 또 “상대 영역을 반격하는 능력을 보유한다”는 문서 개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억제해온 방위비 예산을 2027년엔 GDP의 2%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5년 뒤 일본 방위예산은 11조엔으로 두 배가량 늘어나 세계 3위 군사강국이 된다.

이런 움직임에는 동북아 긴장을 계기로 군사대국화하려는 일본의 해묵은 의도가 없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한국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벌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그 이전에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원인부터 잘 짚을 필요가 있다. 누가 뭐래도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북한의 핵개발과 잇따른 무력 도발, 거칠어지는 중국의 패권 행보,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하고 뒤로는 부추기는 듯한 중국 태도다. 자국 위로 북한 미사일이 지나가자 신문 호외를 내고 전쟁이 벌어진 것처럼 긴장·민감해지는 게 일본이다. 북한은 올해 39차례 미사일 사격 도발에 이어 어제도 동해상으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쐈다.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여기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미·일 3각 공조를 튼튼히 해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반격 능력’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이런 공조와 신뢰에서 풀 수 있을 것이다. ‘죽창을 들자’는 식의 감정적 선동을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