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까지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법 제정에 나섰다는 소식은 위협받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현주소를 거듭 돌아보게 한다. 대만의 ‘산업혁신법 개정안’은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비율을 15%에서 25%로 높이면서 첨단장비 투자는 5% 더 깎아준다는 게 주 내용이다. 초대규모 설비·연구 투자가 필수인 반도체산업에 세 부담을 덜어주는 국가 차원의 공개 지원 정책이다.

대만 정부의 배경 설명이 의미심장하다. “코로나 대확산 등으로 공급망이 교란됐고, 세계 각국이 반도체 분야 세금 감면과 보조금 강화 정책을 추진해서”라는 것이다.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지원·육성 문제로 치면 국가적 간판 산업인 한국이 한층 다급하고 절실하다. 하지만 한국은 어렵게 발의된 반도체특별법이 이 엄중한 시기에 3개월째 국회에서 마냥 표류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산업 종합경쟁력은 미국 대만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5위(2021년)다. 한 해 만에 4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고 말았다. 미국은 압도적 1위면서도 지난 7월 반도체 육성을 위해 5년간 2800억달러(약 375조원)를 투입하는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반도체 R&D 분야 등에 520억달러를 투입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게 골자다. 자국 산업계가 대만과 반도체 연합에 나서는 것을 돕는 일본 정부의 열정이나 ‘칩4(한·미·일·대만) 동맹’에 맞서려는 중국의 노력도 치열하다.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기업의 혈투와 이 전쟁을 함께하는 국가 간 기싸움, 수싸움은 전면전을 방불케 한다.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예측불허의 경기 침체까지 유발한 공급망 재편의 중심에도 반도체 패권 문제가 있다. 경제·산업을 넘어 안보 문제가 된 게 ‘반도체 세계대전’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최근 비상이 걸린 무역적자도 반도체 수출 급감에서 비롯돼 위기감을 더 키우고 있다.

이런 국제 상황에 대처하면서 국가적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의된 게 반도체법이다. 공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반도체 인력 확충과 함께 시설투자 시 세액공제를 6%에서 20%(대기업)~30%(중소기업)로 올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 특혜법’ ‘지역 외면법’ 같은 낡은 프레임으로 반대하고 있다. 나라 밖의 치열한 반도체 대전도 보기 바란다. 경제와 안보가 함께 걸린 지원법을 자해적 논리로 반대해선 안 된다. 더 실기하면 법을 만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