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로 쐈다. 마하 22 속도에 최고 고도 6100㎞, 비행거리 1000㎞로 일본 홋카이도 서쪽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이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북한은 지난 3월에도 고도와 거리에서 비슷한 위력의 ICBM을 쐈으나, 속도가 더 빨라졌다. 고각이 아닌 정상 각도로 쐈다면 사거리가 1만5000㎞ 이상으로,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다탄두 탑재 시 워싱턴·뉴욕 동시 공격이 가능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북한이 그제 한·미·일 확장억제 강화 합의를 비판한 뒤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이어 ICBM을 쏜 것은 3국 공조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그런 만큼 3국 간 결속을 더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합리적 우려’라며 한·미 탓으로 돌리고, 유엔 제재도 중·러의 방해로 힘든 판이어서 더욱 그렇다. 북한은 중국의 두둔과 한·중, 미·중 정상 간 북핵 이견으로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대북 군사적 억제 실행력 강화는 물론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 차단도 시급하다. 북한은 지난 3월 해킹 한 번으로 상반기 발사한 31발의 탄도미사일 비용에 해당하는 암호화폐 6억2000만달러어치를 탈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엔 제재망을 뒤흔든 것이다.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는 중·러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 제재)’을 적용해 핵·미사일 개발 기반 무력화에 나서야 한다. 이미 ‘장기 대결’을 선언한 북한이 ‘맹렬 대응’까지 공언한 것을 보면 ICBM 도발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과거 협박 발언 뒤 행동으로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7차 핵실험은 물론 허를 찌르는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공조 강화를 굴욕외교로 몰고, 사드 추가 배치를 반대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