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50년 잠재성장률이 0.5%로 추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을 국책연구소(KDI)가 내놨다. KDI는 요 몇 년 새 본격화한 인구 감소와 가팔라진 고령화 등으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급감하는 점을 성장률 추락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현재(2020년) 72.1%인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2050년엔 51.1%로 쪼그라들 것이란 진단이다.

‘장기성장률 0%대’ 전망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연 0.7%(2011~2019년 평균)인 총요소생산성이 1.0%로 반등하는 것을 전제로 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배가시킨다. 총요소생산성은 노사관계, 법·제도, 기술·경영혁신 등이 얼마나 생산에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만약 총요소생산성이 기대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0.7%에서 정체할 경우 2050년엔 제로 성장(0.0%)에 빠질 것이란 게 KDI의 아찔한 분석이다. 정책 전환이 없다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33년 0%대(0.92%)로 진입하고 2047년부터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라던 1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와 같은 결론이다.

‘제로 성장’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음에도 돌파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무대책을 넘어 역주행 중이다. ‘사상 첫 인구 감소’ 소식에 문재인 정부는 ‘인구정책 태스크포스’를 가동했지만 손쉬운 ‘노인 알바’와 ‘부자 증세’ 같은 대증 처방만 남발했다. 돈 들이지 않고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규제개혁으로 총요소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쳤음에도 ‘돈 퍼붓기’를 통한 단기 성장률 제고에만 매달렸다.

전 정권의 실패를 목격한 윤석열 정부도 말뿐이다. 한덕수 총리는 취임 직후 “노동과 자본 투입만으론 성장이 어렵다”며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직을 걸고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분야 구조개혁 방안을 연내 제시하겠다”고 다짐했다. 내일이면 윤 정부 출범 6개월이지만 노력과 변화는 실종이다. 노동개혁을 말했지만 여전히 귀족노조 눈치보기가 횡행하고, 연금개혁을 외쳤지만 어떤 진전도 없다.

가파른 저출산·고령화의 파도를 방치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은 명확하다. KDI가 지적한 대로 “경제구조 개혁을 통한 총요소생산성 개선이 필수적”이다. 과감한 규제 혁신, 고용유연성 강화, 임금체계 개편 등 ‘총요소생산성 주도형’ 선진경제로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마지막 골든타임도 놓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