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업문화 3.0
우리가 쉽게 말하는 ‘기업문화’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 준거집단(기업)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행동양식, 규범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조직문화라는 말로 기업문화를 대신한다. 하지만 기업문화라는 정의 안에 이미 ‘내가 속한 조직(준거집단)’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만큼 필자는 조직문화라는 말 대신 기업문화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기업문화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문화 그 자체는 기업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없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을 비롯한 이해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소신 있는 의견’ ‘업무 과정 공유’ ‘다름의 존중’ 등 기업문화를 강조해온 카카오뱅크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문화를 고객을 만족시키는, 즉 성과를 내는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생각한다.

기업문화의 중요성은 기업 발전 단계에 따라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문화가 기업을 이끄는 힘이 됐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 기업문화 성장 단계를 크게 3단계로 나눠서 본다. 기업문화 1.0 시대는 ‘인사가 만사’라는 철학이 지배했다. 사람 말고는 딱히 자원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이 기업을 이끌었다. 기업문화 2.0 시대는 시스템이 사람 역할을 대신했다. 경제 성장이 이뤄지면서 실수를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여야 했고, 사람들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행동경제학적 실수를 시스템과 매뉴얼이라는 도구로 최소화한 시기다.

이제는 기업문화 3.0 시대다. 제조업에서 정보기술(IT)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산업 간 ‘경계의 종말’이 일상화되면서 혁신이 기업 흥망성쇠를 좌우하고, 자본이 아니라 집단의 사고가 진보를 이끄는 시대가 됐다. 이런 시대에는 구성원의 창의성과 자기주도성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문화가 이를 용납하는가에 따라 회사는 진보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 기업문화 자체가 기업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됐다는 의미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각종 한류 콘텐츠와 방탄소년단(BTS)으로 대변되는 K팝도 이런 기업문화를 자양분으로 성장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문화 3.0 시대에 맞는 문화를 갖추기 위해 구성원과 생각을 공유해왔다. 이를 통해 ‘모임통장’ ‘26주적금’ ‘파트너적금’ 등 기존에 없던 금융상품을 내놨다.

물론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5주년을 맞아 ‘시즌2’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혁신 금융에 집중했다면, 시즌2에는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 책무 역시 살필 계획이다. ‘기업문화 3.0’ 시대. 카카오뱅크의 시즌2 성공 여부 역시 구성원뿐 아니라 대표인 필자가 공유하는 행동양식, 규범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