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불거진 비속어 논란이 끝이 없다. 어제는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이 파행했고 여야 간 지루한 공방은 엿새째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급기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까지 채택하고 국민의힘은 “다수당의 횡포”라고 반박하면서 진영 간 전면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핵심은 발언 진위를 가리는 일이다. MBC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는 자막을 붙여 보도한 뒤 ‘바이든’ ‘날리믄’ ‘날리면’ 등 제각각의 해석으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렸고, 판독 불가 판정도 나왔다. 요컨대, 진실이 무엇인지 속 시원하게 가려진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이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것은 섣부르다. 진실이 밝혀진 뒤 발의해도 늦지 않은데 장관 해임을 이렇게 가볍게 다뤄도 되나. 한·일 약식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무산 책임을 묻겠다는 것도 온당한지 의문이다. 물론 대통령실이 정상회담 개최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흔쾌히 합의했다”며 기대감을 잔뜩 올려놓은 것은 외교적 미숙이라고 지적할 만하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은 유엔총회에 수많은 세계 정상이 참석하는 행사 중이어서 애초부터 쉽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을 굴욕외교라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파기하면서 양국 관계를 파탄 내 버렸다. 토착왜구·죽창가 등 선동적 반일몰이 구호로 국내 정치에 이용하더니 임기 말 돌변해 “과거사에 발목 잡혀 있을 수 없다”며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구애에 나섰다. 그래 놓고 이번 회담을 저자세 외교라고 몰아붙이니 난데없다.

윤 대통령은 비속어 논란에 대해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사실 확인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진상규명이 우선이고, 적어도 그때까진 정쟁을 멈추는 게 옳다. 더욱이 최근 환율 급등으로 외환위기에 견줄 만큼 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맞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는 국민 삶을 옥죄고 있다. 언제까지 ‘비속어 정쟁’으로 날을 새도 될 만큼 한가한 상황인지 정치권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