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겨울이 오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청명한 가을이 왔다. 파란 하늘과 청량한 산들바람이 지나는 호숫가에서 가을 날씨를 즐기며 이렇게 멋진 자연 속에 있음이 감사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다. 곧 가을비 한두 번에 기온은 뚝뚝 떨어질 것이고 첫서리에 이어 첫눈 소식이 전해지며 겨울이 오리라는 것을. 가을은 너무나 좋은 계절이나 다가오는 겨울을 잊고 즐기기에는 너무 짧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자산 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며 투자 거래가 최고점을 찍은 것이 불과 1년 전인 작년 말이다. 작년 한 해 인수합병(M&A) 시장은 거래 규모와 건수에서 최고점을 찍고 M&A 전문가의 몸값은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이자율이 올라가고 자산 가치는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M&A 거래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적정 가격에 대한 합의가 어려워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작년 정도의 시장 가격을 기대하던 기업공개(IPO)는 줄줄이 중단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 시대로 급작스럽게 전환한 가운데 ‘킹달러’의 급습으로 고환율 시대마저 열렸다. 1년 정도 사이에 벌어진 변화로 보기에는 너무나 급작스러운 태세 전환이다. 요즘은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경기 변동도 ‘적당히’가 없는 듯하다.

로펌은 기업을 고객으로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검찰, 금융위원회 등 규제기관들의 기업 조사 등에 대한 로펌의 대응 업무는 정부가 얼마나 로펌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업의 투자 및 구조조정에 대한 자문은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로펌 사정을 살펴보면 대체로 기업의 투자 업무에 대한 자문이 줄어들었고 구조조정 자문 업무 또한 미미하다. 본격적으로 불황의 파고가 엄습하기 직전의 사정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든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예고편에서 스타크 부족이 나지막이 읊조리는 ‘Winter is coming’이라는 말을 들으면 본편에 펼쳐질 파란만장한 서사 전개를 생각하며 마음 졸이게 된다.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러시아가 핵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하는 등 지구 종말론에 나올 법한 인류를 향한 협박이 자행되는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은 올 것이다.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가을 날씨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올겨울이 별문제 없이 잘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