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구절벽, 여성 인력으로 풀자
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에 모든 이목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의 위기가 지난 후 한국 경제를 잠식할 장기적인 인구구조의 변화다.

한국의 연간 인구 증가율은 2021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그 이면에는 감소 일로인 합계출산율과 가파른 고령화가 자리한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18세에서 49세까지 가임기간 중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지속적으로 낮아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으로 홍콩을 제외하면 세계 최저다. 이런 추세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를 가속화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로 측정하는 노년부양비는 2022년 24.6명으로 세계 236개국 중 56위지만 2070년에는 100.6명으로 올라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위 ‘인구절벽’이라고 불리는 이런 변화는 생산가능인구를 크게 줄여 세수를 감소시키는 반면 복지성 재정지출 수요를 늘려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국민연금 기금과 건강보험 적립금의 고갈 위기까지 고려하면 국가채무 급증세는 불가피하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청년세대 앞에 놓인 미래는 암울하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도입해 2021년까지 20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 하락 추세의 반전은 없었다. 관련 사업이 대체로 출산 및 영유아 돌봄 비용 지원에만 초점을 맞춰 막대한 교육비 지출이나 여성의 경력단절로 인한 손실 등 출산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간과한 것은 합계출산율이 혼인율 하락에도 기인한다는 점이다. 청년들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높은 주거비용을 낮추는 정책, 경제적 불평등도를 개선하고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정책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야 청년들이 혼인과 출산을 고려할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장기적인 해법이다.

단기적으로 생산가능인구 급감을 막을 대책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9.9%로 OECD 평균인 64.8%보다 낮다. 이런 양상은 자녀가 어린 경우 더욱 두드러져 14세 미만인 자녀가 1명 이상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7%로 OECD 평균인 71.8%에 크게 못 미친다. 따라서 자녀가 있는 여성의 노동 참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우선이다.

먼저 육아 서비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대책이 필요하다. 필자가 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해 맞벌이 가구의 시간 배분 양상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남편 임금 대비 아내의 임금이 높을수록 육아 서비스 이용 등 육아의 외주화를 통해 주중 육아에 쓰는 시간이 줄었다. 하지만 남편보다 아내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 큰 비용을 들여 육아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이후 경력단절로 재취업마저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이에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싱가포르와 홍콩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외국인 육아도우미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맞벌이 가구를 위한 세제 혜택이나 이전지출 역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를 이끌 수 있다. 자녀가 있는 여성이 취업 중일 경우 자녀 돌봄 비용을 세액공제에 반영한다든지, 취업한 기혼여성에게 자녀 보육료를 지원하는 정책이 좋은 예다. 이런 정책으로 자녀가 있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어나면 경력의 연속성이 확보돼 여성의 인적자본 축적이 촉진되므로 잠재성장률도 올릴 수 있다. 양육의 경제적 부담이 낮아져 장기적으로 기혼여성의 출산율 하락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이제 인구절벽 문제에 새로운 해법으로 접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