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고향사랑기부제
‘고향과 가족.’ 인공지능(AI)이 생활 속에 파고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쉽게 변치 않는 추석 명절의 양대 키워드다. 이번 한가위 연휴에도 이동 인구가 3000만 명을 넘고, 그중 90% 이상이 ‘마이카족’이라고 한다. 대도시가 고향인 세대가 늘어나지만, 그래도 고향의 표상은 지방이다. 하지만 곱게 차려입은 명절의 일시 ‘고향 방문객’은 ‘위기의 지방’을 더 쓸쓸하게 만들지 모른다. 인구절벽도 저출산율 자체보다 지방인구의 소멸이 더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고향사랑기부제’ 세부 방안이 엊그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제정된 고향사랑기부금법의 시행령이다. 달리 말해 ‘고향세’다. 거주지 이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에다 해당 지역 농축산물 등의 답례품이 지급된다. 지방을 지원하는 ‘관계 인구’를 넓혀 열악한 지방재정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동원하면서 지방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한다는 것이다. 기부액의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하니, 10만원을 고향 지자체에 내면 기부금액의 30%까지인 답례품은 ‘이득’이다.

고향세를 먼저 시행 중인 일본에는 지역특산품 외에 체험형 답례품도 있고 크라우드 펀딩도 한다. 일본 사례를 보면서 기부금 유치 및 답례품을 둘러싼 지자체 간 과열 경쟁 걱정도 없지 않다. 세금 감면과 답례품이 기부금보다 많아지는 경우와 이런 데서도 지자체 간 격차가 생길지 모른다는 성급한 진단도 있다.

출향(出鄕) 인사들의 선의에 기대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작은 출발일 뿐이다. 지방 소멸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기업 이전 유도를 위해 가능한 인센티브를 다 동원하고, 지자체와 해당 의회가 기업 유치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양보하는 초특급 세일즈를 펼쳐도 쉽지 않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이다. 법과 행정, 관공서만의 일도 아니다. 복합위기의 불황이지만 저마다 고향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추석 연휴가 되면 좋겠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