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연예술의 심장 '대학로'
지난달 20일, 코로나19로 침체했던 대학로가 오랜만에 들썩거리는 행사가 있었다. 30년 이상 한국 공연예술의 심장이던 동숭아트센터를 리모델링해 5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마치고 드디어 문을 연 ‘대학로극장 쿼드’의 개관식이었다. 그런데 이날 연극을 비롯해 무용, 음악, 전통 등 공연예술 전 장르에 걸쳐 내로라하는 예술가와 원로들이 참석해 주목받았다. 이날 개관식에서 축사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극장이 오픈하는 행사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많은 예술가분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더 뜻깊은 자리”라고 소감을 말할 정도였다. 기껏해야 258석에 이르는 작은 공연장을 여는 행사에 문화예술계의 눈과 귀가 한곳에 쏠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학로’가 문화예술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은 팬데믹으로 인해 공연하고 싶어도 마음껏 펼칠 수 없는 요인이 있었지만,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크고 작은 공연장이 오히려 위축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지나친 상업화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일어나 많은 예술가가 인근 지역으로 내쫓겼으며, 심지어 젊은 예술가들은 이곳에 진입하기조차 어려워졌다. 그런 오랜 대학로의 부침과 공연에 대한 열망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일까. 이날 행사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뤄 반응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뜨거웠다.

대학로는 전 세계를 통틀어 비교해봐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공연예술 인프라가 탄탄한 곳이다. 20~30개 극장이 있는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와 비교해도 대학로는 약 135개 공연장이 모여 있는 세계 최대 소극장 밀집 지역이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등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대학 캠퍼스가 있어 지역의 중요함은 배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로극장 쿼드의 개관은 단순히 한 공연장 개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 생태계 현장에서 예술가와 향유자가 동시에 공존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13년간 운영해온 남산예술센터를 뛰어넘는 가장 완벽한 가변형 블랙박스 무대를 완성한 대학로극장 쿼드를 비롯해 장애예술의 창작거점이 될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대학로 연극의 메카로서 중추 역할을 할 ‘서울연극센터’까지 연내 문을 열 계획이다. 창단 20주년을 앞두고 서울문화재단이 용두동 시대를 벗어나 예술계 현장의 중심인 대학로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시점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을 모아 이제는 대학로가 제2의 에든버러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