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與 의총 이후 왜 매번 '딴소리' 나오나
“대부분 의원이 상황을 수습한 이후 거취를 정하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하셨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지난 30일 4시간에 걸친 ‘마라톤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서 한 말이다. 일부 의원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권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굉장히 많은 다수 의견”이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의 기억은 달랐다. 그는 “20명 넘게 발언했는데, 반대 의견과 찬성 의견이 반반으로 팽팽하게 갈렸다”며 “비밀 투표에 부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사실 몰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지만 당 지도부가 “박수로 찬성하는 걸로 하겠다”고 논의를 마무리지었다고 한다.

회의가 끝난 뒤엔 ‘입단속’이 이어졌다. “의총에서 뜻을 모았는데 왜 자꾸 ‘딴소리’를 하느냐”는 취지였다. 재선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중진 의원들에게 “대안 없이 당을 흔들지 말라”고 저격하는 상황도 나왔다. 표결을 한 것도 아닌데 ‘다른 의견’은 ‘해당 행위’라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국민의힘 의총은 매번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의견을 절충하기보다 박수로 추인하고 기존의 뜻을 강행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 체제 전환을 의결한 지난 1일 의총에선 ‘1명 반대, 전원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의견이 없으면 박수로 추인하겠다”는 사회자 발언에 김웅 의원만 나서 “저는 반대합니다”라고 소리치면서 ‘반대 1인’이 나왔다고 한다.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후 27일 긴급하게 열린 의총도 마찬가지였다. 하태경 의원이 “기록을 남기기 위해 표결하자”고 했지만 박수로 대신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촉구안에 대해서는 “재징계에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달라”며 ‘거수’를 요구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의원은 30일 의총이 끝난 뒤 ‘다수가 반대했다’는 표현이 나오자 “목소리 내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물론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일사불란하게 권 원내대표 체제로 향했을 수 있다. 그럴수록 비밀투표에 나서 절차적 정당성을 만들었으면 될 일이다. 부정적인 당내 여론이 공개되는 걸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당 지도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