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국 남자골프 분투기
한국여자골프의 ‘전설’ 구옥희(1956~2013)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88년. 이를 시작으로 박세리 신지애 고진영 등에 이어 지난 6월 전인지가 2022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해 한국 선수 LPGA 통산 205승을 달성했다.

반면 남자 선수들은 세계 무대 데뷔도 늦었고, 성적도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한국 남자골프의 전설’ 최경주(52)는 서른 넘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해 2002년 뉴올리언스 콤팩 클래식에서 한국인 첫승을 거뒀다. 8승을 올린 최경주를 비롯해 양용은 배상문 강성훈 김시우 이경훈 노승열 등이 잇달아 PGA 무대에 진출해 승전보를 꾸준히 전해왔다. 8일 올 시즌 마지막 정규대회인 윈덤 챔피언십을 제패해 한국 남자 선수 통산 22승을 기록한 김주형은 PGA투어 정상에 오른 아홉 번째 한국 선수다. 임성재가 재미동포 존 허와 공동 준우승을 차지해 경사가 겹쳤다.

통산 205승 대 22승. 우승 횟수는 한참 밀리지만 남자 선수들이 PGA에서 올린 성적의 가치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 남녀 선수들이 처한 상황의 차이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박세리의 성공은 ‘세리 키즈’를 양산하며 골프 붐과 함께 여자골프의 인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대회 수도, 총상금 규모도 여자가 압도적이다. 시즌 초 발표를 기준으로 KLPGA는 올해 33개 대회에 총상금 305억원을, KPGA는 22개 대회에 160억5000만원을 걸었다. 남자 선수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고, 스폰서 구하기도 쉽지 않다. 병역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기혼자인 경우 가족의 생계까지 걱정해야 한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는 30명 가까운데, PGA투어를 주무대로 뛰는 한국 선수는 임성재 김시우 이경훈 등 10명 안쪽이다. 하지만 한국 남자 선수들이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 남자골프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고, 한국 선수들을 따라다니는 팬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내와 달리 미국 무대에선 남자골프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올 시즌 PGA는 47개 대회에 4억4845만달러를, LPGA는 34개 대회에 9020만달러를 걸었다. 한국 남녀 선수들의 분투와 더 큰 성공을 기원한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