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두의 법과 사랑] 인터넷 망 중립성, 논리 아닌 정책의 문제다
넷플릭스 서비스로 인한 인터넷 트래픽 급증으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발생한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콘텐츠 제공자(CP)인 넷플릭스는 인터넷 전송은 망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을 주장하고,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운영, 증설, 이용에 대한 사용료를 CP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론이 회차를 거듭하면서 법정은 법과 기술, 경제학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장기판을 구경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관전자 입장에서 판결이 어떻게 날지 궁금해진다.

법정 바깥 세미나에서도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 논의는 늘 평행선을 긋는다. 학자들의 논의가 극단으로 대립하는 것은 혹 과학으로 포장된 기술, 결론에 맞춘 경제학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주제가 과연 기술과 경제학으로 포장된 법적 논리로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는 영역인지 의문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망 중립성을 표방했던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 다음에 들어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정부는 망 중립성 정책을 복원했다. 망 중립성 논의가 논리와 시비로 가려질 수 있는 것이라면 정권 교체 때마다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짧은 일정 중 넷플릭스 코리아를 방문할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가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면 방한 일정에 그런 스케줄을 넣었을까 싶기도 하다.

국내에서 망 중립성 논란은 글로벌 CP인 넷플릭스나 페이스북에 의해 촉발됐다. 국내 통신사들이 대기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글로벌 CP에 비하면 규모가 현저히 작다. 한편, 망 중립성은 인터넷 자유를 주장하는 이용자 단체의 오랜 요구이기도 한데, 세(勢) 측면에서 보면 플랫폼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는 구글 등 글로벌 CP와 최하위의 이용자가 한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처럼 망 중립성 논의는 정치나 플랫폼 생태계에서 피아식별이 안 되는 혼전 상태다. 어떻게 포장해도 망 중립성은 논리가 아닌 정책의 영역이라고 하는 것이 솔직한 태도일 것이다.

이 사건과 별도로 사전 고지나 협의 없이 행해진 페이스북의 인터넷 망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제한에 해당하지만, 이용자 피해가 현저하지 않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처분을 취소한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경로 변경으로 이용자들의 인터넷 속도가 얼마나 느려졌고 불편을 초래했는지, 그로 인한 행정처분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조만간 대법원이 판단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법의 논리와 판단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빠르게 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때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과거 KBS 등 지상파방송사가 케이블방송사(SO)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사건이 있었다. 케이블방송 초기에는 지상파방송사가 산간 도서 벽지와 도시 안의 전파 음영 지역에 유선으로 방송을 송출해주는 케이블방송사에 고마움을 가졌을지언정 저작권료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홈쇼핑 채널 편성권, 자체 광고 등으로 케이블방송사의 수익이 커지자 지상파방송사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기로 방침을 바꿔 소송을 통해 그 뜻을 관철했다.

최근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넷플릭스 방지법 등 특정 기업 이름을 딴 법률의 입법 과정에서 빅테크와 국내 기업 또는 정부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법 시행 후에도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방지법에,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반기를 드는 등 우리나라 국회, 정부와 갈등을 겪지 않는 빅테크가 없을 정도다.

플랫폼 법제와 관련해 국회와 행정부, 나아가 법원의 논의에 각국의 입법부와 관련 업계 그리고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제 놀랍지 않다. 문제는 어린아이 때 입었던 옷을 어른 몸에 억지로 입히려는 태도인데, 이렇게 하면 옷이 터진다. 법률과 기업 환경은 옷과 몸의 관계에 있다. 적극적으로 변해야 할 쪽은 법과 법을 운용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