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크린 쿼터와 택시대란
영화관은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 1(73일)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한다. 1967년부터 시작한 스크린쿼터라는 제도다. 외국 영화로부터 한국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98년 한·미 투자협정 체결, 2003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은 스크린쿼터 폐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때마다 영화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도 찬성과 반대가 반반일 정도로 스크린쿼터는 뜨거운 감자였다. 마침내 2006년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는 종전 146일에서 73일로 줄었다.

지금도 스크린쿼터가 있다. 케이블 영화 전문채널도 한국영화를 의무 방영해야 한다. 아마도 스크린쿼터 때문에 한국영화를 억지로 상영하지는 않을 거다. 역대 흥행(관객 수 기준) 상위 20위를 보면, 한국영화가 16편, 외국 영화가 4편이다. 한국영화 중 지금의 의무 상영일수가 정해진 2006년 이전 개봉작은 ‘왕의 남자’와 ‘태극기 휘날리며’ 2편뿐이다. 오히려 외국 영화가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요즘 심야에 택시 잡기가 거의 전쟁 수준이다. 기사 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기사들이 수입이 더 많은 배달 쪽으로 이동해서다. 그리고 개인택시는 고령 기사가 많아져서 심야 운행이 크게 줄었다. 정부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합승을 허용했지만, 효과가 없다. 부족한 기사를 구하는 게 필요한데 도통 쉬워 보이지 않는다.

2018년 우리는 타다의 출현을 반겼다. 기존 택시와 차원이 다른 서비스였다. 택시업계는 극렬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타다를 기소했고, 결국 법원까지 나서서 타다를 쫓 아냈다. 그러는 사이 플랫폼 중개업체가 야금야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제 수수료를 주고 택시를 타는 시대가 됐다. 이마저도 밤엔 없어서 못 탄다.

당시 타다의 요금을 더 올렸으면 어땠을까?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낀 일부 타다 승객은 일반 택시로 이동했을 것이다. 일반 택시는 택시를 고급화하고, 서비스 질을 높여 요금이 비싼 ‘타다 시장’을 놓고 경쟁했을 것이다. 일반 택시가 그 시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요금 인상을 바라는 택시업계의 요구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우리는 지금 시장경제에 살고 있다. 시장경제는 경쟁을 먹고 산다. 경쟁이 결국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민간이다. 민간의 작동 원리가 경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스크린쿼터처럼 최소한의 경쟁 장치만 마련해주면 된다. 지원한다면 경쟁 촉진에 집중해야 한다. 가령 택시 고급화에 혜택을 준다든지, 타다의 개인택시 면허 매입을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정부는 절대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 선택은 소비자와 시장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