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현대차가 美서 받은 18억달러 선물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는 현대자동차가 주정부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법인세 재산세 등을 포함해 총 18억달러의 세금 감면이다. 좀 과장하면 55억달러를 투자하고 18억달러를 돌려받는 것이다. 조지아주 역대 최대 규모의 인센티브도 놀랍지만, 더욱 눈길을 끈 대목은 법인세 감면액을 산정한 방식이다. 5년간 일자리 1개당 5250달러로 계산했다고 한다. 일자리와 세금을 맞교환한 셈인데, 현대차가 창출할 일자리가 8000개여서 법인세 감면액은 2억1200만달러가 된다. “왜 대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느냐”는 특혜 시비가 나올 리 없다.

미국은 주마다 세율이 다르다. 기업과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 주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했다. 텍사스는 주 법인세와 개인소득세가 전혀 없다. 기업 유치 측면에서 법인세는 경쟁 조세 성격이 강하다. 국경 없는 시대에 기업들은 세금 부담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미국(35%→21%) 프랑스(33.3%→27.5%) 등이 최근 몇 년간 법인세를 꾸준히 내린 이유다. 영국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는 19%인 법인세율을 더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정부도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는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해 22%에서 25%로 올린 것을 정상화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돕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거대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비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거가 없고, 현 정권이 재벌과 부자 편을 들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읽힌다.

법인세는 기업의 소득(영업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세율이 낮아지면 기업의 현금(순이익)이 늘어난다. 그 돈은 내부 유보로 쌓아두거나 종업원 월급에 보탤 수 있다. 또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배당을 확대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된다. 어디에 쓸지는 경영자의 판단이지만, 이 모두가 기업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자 감세로 몰아가기 위한 연결고리가 있다면 아마도 주주 배당일 것이다. 감세로 늘어난 이익을 배당에 보태는 경영진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주주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도 지분만큼 동일한 혜택을 본다. 이를 두고 부자 감세라고 하는 것은 침소봉대를 넘어 견강부회에 가깝다.

법인세 인하는 통상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 국내외 실증연구도 많다. 국내에서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면 투자율이 0.2%포인트 높아진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분석도 있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면 새로운 세원이 생긴다. 취업자는 월급을 받아 근로소득세를 내고, 소비하면서 부가가치세를 내고, 집을 사고팔면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낸다. 기업이 법인세 외에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소득세와 부가세 등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미국의 주정부가 세금을 깎아줄 테니 공장을 지어달라고 손짓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은 세금을 창출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우리나라의 ‘투자 순유출(한국의 해외직접투자-외국인직접투자)’이 1571억달러로 역대 정부 최대치로 불어났다. 과도한 규제와 낮은 조세 경쟁력, 경직된 노동시장이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가로막고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을 부추긴 것이다. 그로 인해 매년 6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진단이다. 국내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아홉 번째로 높고, 평균인 21.5%를 웃돈다. 법인세 인하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런데도 야당이 기를 쓰고 비토를 놓는 것은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한 정치 공세로밖에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