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장(長)을 둘러싼 여야의 다툼이 방송 장악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방송장악 시도가 국회 원 구성을 발목 잡고 있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현재의 공영방송은 중립성과 공정성 상실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은 “KBS와 MBC가 민주노총에 완전히 장악된 ‘노영방송’이라는 정보는 차고 넘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방송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을 보면서 국민들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필요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유선방송과 IPTV 등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이 수백 개에 달하고 모바일을 통한 시청까지 보편화한 마당에 공영방송이라는 옛날식 시스템을 굳이 유지해야 하는가. 시청자들이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대거 이탈해 “보지도 않는 공영방송 때문에 수신료를 낸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주장도 비등하다. 더구나 젊은 층이나 1인 가구의 경우 아예 TV가 없는 집도 많은데 전기요금 고지서에 매달 2500원의 수신료를 얹어서 징수하는 것은 어디로 봐도 불합리, 부당하지 않은가.

전 세계 공영방송의 효시이자 전범(典範)으로 꼽혀온 영국 BBC가 가구당 연간 159파운드(약 25만원)인 수신료를 2년간 동결하고 2027년 말에는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연초에 밝힌 데 이어 프랑스도 공영방송 수신료를 폐지한다는 소식이다. 2300만 가구가 매년 138유로(약 18만원)씩 내는 수신료를 폐지하는 방안을 인플레이션 억제 법안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유럽 공영방송의 이 같은 변화와 달리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시대역행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대처럼 흔들리며 편파성을 보여온 까닭에 KBS에 대한 수신료 폐지 요구가 쇄도했고, MBC는 메인 뉴스 시청률이 2%대로 추락하는 굴욕까지 당했다. 그런데도 KBS는 방만 경영을 개선하기보다는 수신료를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국회에 올려놓고 있다. 박성제 MBC 사장은 MBC도 공영방송의 성격이 있는 만큼 수신료를 받게 해달라고 주장해 반발을 샀다.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