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조의 불법 점거로 인한 조업 중단을 견디다 못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거리로 나와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우조선 임직원 30여 명은 어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자행되는 하청노조의 생산 설비 파괴와 직원 폭행 등 불법 행위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회사 박두선 사장이 지난주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경찰 수사를 촉구한 데 이어 임직원들까지 상경 집회에 나설 정도로 협력사 노조의 횡포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현실이 기가 막힌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1도크(dock·선박건조장)을 40일째 불법 점거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장악했고, 이 중 1명은 스스로 만든 1㎥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농성하는 등 무법천지가 됐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이 지난달에만 28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하니 시위에 나선 임직원의 피 끓는 심정을 헤아릴 만하다. 임금 30%·상여금 30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는 하청노조는 원청업체인 대우조선이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직접 교섭에 나서라는 억지 주장도 펴고 있다. 하청노조 조합원들은 협력사 소속이어서 대우조선이 나설 경우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조선업이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회복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대우조선은 날벼락을 맞았다. 모처럼 찾아온 수주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10조원이 넘는 혈세(공적자금)가 투입된 대우조선은 경영 정상화가 급선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조7500억여원에 이어 올 1분기에도 4700억여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추진한 인수합병(M&A)까지 무산된 만큼 ‘기댈 언덕’도 없다. 하청노조 100여 명의 불법 점거가 장기화돼 수주에 큰 차질을 빚으면 2만여 명 임직원의 대우조선은 회복 불능의 치명타를 입을지도 모른다.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를 대정부 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집단운송 거부)으로 정부의 백기 투항을 받아낸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것이다. 방치하면 조선업 전체는 물론 산업계 전반으로 하투(夏鬪)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하루속히 도크를 불법 점거한 노조원들을 해산시키고 조선소가 정상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대우조선 임직원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5년 내내 노동계에 휘둘린 문재인 정권과 뭐가 다르겠나. 아울러 산업현장에 더 이상 이런 생떼와 억지가 발붙일 수 없도록 파업 시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등을 담은 노동 관련법 개정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