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받아들이기
여러 단체가 코로나19로 중단한 회의와 모임을 다시 열고 있다. 전국 270여 개 공업계고등학교 교장들의 회의체에서도 3년 만에 연수회를 열었다. 회의 개최 열흘을 앞두고 전국회장이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번 2022년도 전국 연수회 후에 학교장 80여 명이 우리 학교 방문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 그 많은 인원의 방문을 감당할 수 없다고 여러 번 손사래 쳤지만, 공업계고 발전을 위해 협조해 달라는 회장의 설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혁신적인 학교라고 소문이 났는지 최근에 학교를 찾는 이가 많아졌다. 5~6명 외부 손님이 오면 학교장이 투어가이드로 나서서 교정을 안내했다. 방문자 대부분이 감동했다고 격려해주었지만, 한꺼번에 현직 교장 80명에게 어떤 식으로 학교를 보여줘야 한단 말인가?

고민 속에 날짜는 다가오고, 지난 몇 년간의 활동을 담은 사진을 모두 찾아 PPT를 만들기 시작했다. 주말에도 꼬박 학교에 나와 작업하고 당일 발표 직전까지 수정했다.

남들이 놀라는 학교의 변화, 그 대부분이 필자가 밖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교사의 건의, 연수에서 들은 내용 등 수많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새롭게 학교에 적용한 것뿐이다.

당일 학교에 도착한 교장단 환영사에서 이렇게 못 박았다. “환영합니다. 오늘 무엇을 배우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시고 그냥 즐겁게 구경하십시오.”

손님들을 안내해 학교를 한 바퀴 돌고 다시 강당에 돌아와서 PPT 자료로 설명했다. 교장실을 ‘축하방’으로 바꾸고 선생님과 학생들을 축하한 일, 복도미술관을 만든 일, 학교의 별자리와 상징 위인과 자랑스러운 선배를 전교생이 함께 선정한 일, 신입생 전원이 100개의 꿈을 갖게 한 일, 교사들의 열정과 취업 결과 등을 강조했다.

“학교장으로서 저의 희망은 학생들이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가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행복한 꿈을 갖게 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잠시나마 행복하셨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마무리했다.

발표 후 많은 교장이 무대로 다가와 명함을 건네며 격려해주어 일단 안도했다. 인사를 나누느라 늦게 교장실에 돌아오니 직원 한 사람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축하방 교장실 꼭 보고 가야 한다고 50여 명의 교장선생님이 다녀가셨습니다.”

감명 깊게 본 내용을 자신의 학교에서도 실천할 생각이라는 문자가 여러 통 왔다. 남의 학교 잘난 척이라고 여기지 않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필자는 학교 방문 요청을 받아들였고 변화를 원하는 교장들은 어떤 한 학교의 작은 사례를 받아들인다. 받아들일 때 세상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