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철학과 이념이 180도 다른데도 밥그릇(예산) 앞에선 한목소리를 내는 보수·진보 교육감의 단결력이 놀랍다. 정부가 초·중·고교에만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대학에도 나눠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교육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보수 성향인 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인은 “교육교부금을 축소할 게 아니라 대학 재정은 따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마련해 해결해야 한다”며 제도 개편을 반대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 당선인은 한술 더 떠 “유·초·중·고교 학생을 위한 교육예산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안마다 대립하는 앙숙 관계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밥그릇 지키기’에 사이좋게 동참했다.

내국세의 20.79%를 17개 시·도 교육청에 배분하는 교육교부금 제도는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예산 낭비를 부추기는 주범 중 하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매년 늘어나는 예산을 소진하느라 각 교육청이 돈을 흥청망청 물 쓰듯 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교육청은 올 3월부터 매년 600억원씩 들여 중학교 신입생에게 태블릿PC 1대씩을 나눠주고 있다. 코로나 대응을 명분으로 학생들에게 10만~30만원씩 현금을 뿌린 교육청도 많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도 교육감 후보들이 PC·노트북·입학준비금·수학여행비 지원 등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 만큼 ‘예산 낭비’는 예정된 수순이다.

더구나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교육청에 11조원 상당의 ‘돈벼락’이 떨어진 상황이다. 선거에서 이긴 교육감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퍼줄 태세다. 올해 교육교부금 예산은 역대 최대인 81조원 규모인데, 2050년엔 134조원에 달할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다봤다. 반면 2020년 546만 명이던 학령인구(초·중·고교생)는 2050년 368만 명으로 줄어든다.

초·중·고교가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피 같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행태는 하루빨리 시정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 일부 교부금을 떼어내 대학에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대학도 구조조정이 시급한 마당에 항구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부금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게 맞다. 가뜩이나 재정지출 합리화가 긴요한 시점이다. 국회는 여야를 떠나 내국세 연동제를 손질하기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