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다자간 외교무대에 선다. NATO 창설 73년 만에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급변하는 신(新)국제질서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급류를 타는 경제·안보의 복합동맹 블록화 과정에서 우리 외교의 역량을 키우는 새 출발점도 돼야 한다.

외교·안보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엇나간 행보와 역량 부족은 심각했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지경에 온 것도 미국·일본과는 멀어진 채 친중 외교에 매달려온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일방적으로 중국에 달려간 결과는 기껏 ‘사드 보복’과 국제 제재를 무력화한 중국의 북한 껴안기였다. 혈맹 미국과 거리를 뒀고 일본과도 과거사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운신 폭을 스스로 좁혀버렸다.

새 정부 외교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거칠어지는 미·중 대립 속에 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글로벌 공급망의 판 자체가 새로 짜이고 있다. 경제·산업과 안보의 일체화도 갈수록 확연해진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그렇고, NATO 30개 회원국 정상 모임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파트너로 초청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바탕으로 이번 NATO 무대에서도 한국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하며 중장기 관점의 국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포석을 제대로 놓아야 한다.

다자간 국제 협의체에서 그간 한국의 ‘외교 공간’은 충분치 못했다. 하지만 늘어난 교역과 투자 여력 등 커진 경제력을 지렛대 삼아 이제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해나갈 때도 됐다. 윤 대통령에게 부족할 수 있는 국제 부문 역량을 외교부와 대통령실 참모진이 세세한 내용까지 치밀하게 챙기며 잘 보좌해야 한다. 이번 회담은 그런 실무 역량 평가의 장도 될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기대되는 것은 현지에서의 한·일 정상회담 성사다. ‘자유주의 연대’ 외교의 공식화도 중요하지만, 한·일 간에 현안이 적지 않다. 이제는 과거사를 극복하고 경제와 안보에서 실질적 협력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게 미래로 나아가면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복원해야 북한 핵 문제도 수월하게 풀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의 경제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 외교의 정상화, 신국제질서 구축에서의 중추 역할을 위해 외교당국이 만반의 준비를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