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어제 첫 국무회의를 열어 역대 최대인 총 59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초과 세수 발생에 따른 법정 지방이전 지출 등 23조원을 뺀 36조4000억원이 통상적 기준의 추경 규모다. 코로나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370만 명에게 1인당 600만~1000만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이례적 연초 추경을 통해 올 들어 이미 17조원에 이르는 예산 지출을 늘린 마당에 그 3배에 이르는 2차 추경안이 짜인 것은 여러모로 과한 측면이 있다. 거리두기 완화 직전까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가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총 50조원 지원’(1·2차 추경 합산)이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추경을 보면 정부도 허리띠를 죄어야 하는 나라 안팎의 위기적 경제 사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선거만 앞두면 막대한 추경을 밀어붙인 이전 여권의 행태가 되풀이된 점도 문제다. ‘코로나 충격’ 이후 모두 7차례에 걸쳐 총 140조원의 추경이 짜였는데, 그 대부분이 2020년 총선과 작년 지방 보선, 올해 대선을 앞두고서였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설(2월 1일) 이전 30조원 추경 확정”을 강력히 주장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식의 ‘선거용 추경’이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

급조된 선거 추경은 재원 조달 계획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그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문재인 정부 때 편성된 총 150조원 규모의 추경은 상당 부분 빚을 내는 국채에 의존했다. 그로 인해 국가채무는 5년 새 660조원에서 1075조원(올해 예상)으로 불어났고, 국가채무 비율도 36%에서 50%로 급격히 높아졌다. 정부는 올해 초과 세수 53조원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한다지만, 잦은 세수 추계 오류는 이런 설명에 대한 신뢰 자체를 갉아먹는다. 과다한 코로나 지원금이 인플레이션 위기 와중에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이란 점도 걱정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 고물가에 대응해도 과다 추경으로 정부가 돈풀기에 나서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

여야 구별도 안 되는 재정 중독증에 정부 돈 풀기 경쟁이 심해지면 나라 경제는 추락하고 말 것이다. 이런 판에도 민주당은 정부안보다 11조원 더 늘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이상의 선거 추경은 없다’는 국회 차원의 결의라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