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시장 관리를 위한 세제의 과도한 활용’ 관행을 지적하며 부동산 세제 개편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현행 부동산 세제가 시장 안정에 효율적이지도, 납세자에게 공정하지도 않으면서 지나친 징벌적 과세로 시장 혼란과 납세자의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왜곡된 부동산시장을 바로잡을 ‘제대로 된’ 상황 인식이라는 점에서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데서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공급 부족이 아니라 투기 문제로 단정하고, 집권 내내 주택 보유자들을 징벌적 과세와 규제로 괴롭혔다. 잘못된 원인 분석과 엉터리 대책이 결합하니 그 결과는 보나마나였다. 집값은 집값대로 오르고, 26차례나 쏟아낸 세금·규제 대책에 부동산 세제는 ‘누더기’로 전락했다.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추 후보자가 예로 든, 고가 1주택자와 저가 다주택자 사이의 ‘세금 역전’ 현상이다. ‘다주택자=악(惡)’이라는 그릇된 전제 아래 다주택 보유세율을 집중적으로 늘리다 보니 저가 다주택자의 세 부담액이 고가 1주택자보다 더 늘어나는 모순이 발생했다. 오죽하면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까지 나서 부동산 세제의 효과에 대해 재검토해보라고 권고했겠나.

문재인 정부가 세제를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휘둘러 망가뜨린 게 어디 이뿐이랴.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강화, 민간임대 등록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등이 당장 손봐야 할 세제 ‘적폐’나 다름없다.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임대차 3법 보완(폐지 및 축소) 등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손질해야 할 과제들임에 틀림없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 과열 우려 등을 이유로 부동산 세제 정상화와 재건축·대출 관련 규제완화의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시적 가격 상승은 세제와 규제 정상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관문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세제와 규제 정상화는 새 정부의 모토인 작은 정부와 민간 주도 성장에도 부합한다. 원칙을 갖고 강단 있게 추진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