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애플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페이스북) 등 빅테크의 실적과 주가가 흔들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침없이 질주하던 이들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빅테크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글로벌 산업계 전체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올 1분기 7년 만에 첫 분기 손실(38억달러)을 냈다. 온라인 판매 저조와 글로벌 물류 마비 등으로 매출 증가율이 2001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여파로 지난달 29일 나스닥시장에서 주가가 14.05% 폭락했다. 알파벳과 메타 주가도 각각 3.72%, 2.56% 급락했다. 알파벳의 1분기 매출은 23% 늘었지만, 순이익은 8.3% 줄었다. 메타의 1분기 순이익은 21% 감소했다.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애플은 2분기에 공급망 제약으로 최대 80억달러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혀 3%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할 수만은 없는 여건이다. 원자재와 반제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아마존 애플 구글을 덮친 공급망 붕괴와 원자재값 급등, 인플레이션 폭탄에 훨씬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수출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1분기에 호실적을 거뒀다고 하지만, 2분기 전망은 어둡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사상 최대인 매출 77조7800억여원, 영업이익 14조1200억여원을 기록했는데,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로 ‘6만전자’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도 1분기 매출 30조2900억여원, 영업이익 1조9200억여원을 거둬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발목이 붙들려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3사의 지난해 시장점유율(30.4%)은 원재료인 리튬값 급등 탓에 중국 CATL(32.6%)에 추월당했다.

우리 기업인들은 위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국내외에서 받아왔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 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한단계 높은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요인이 겹친 복합위기라는 점에서 비상한 각오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언론들이 외교 통상 재정 통화 등의 영역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 있지만 기업들 스스로 분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경영자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혁신적인 노력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