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의 부처님오신날 특별사면복권을 청원했다. 경제단체들은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통해 세계 경제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가 경제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인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뇌물죄)에 휘말린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수감된 지 207일 만인 작년 8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앞서 2017년 2월엔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구속기소돼 2018년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기까지 353일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적이 있어 총 560일간 수형생활을 했다. 오는 7월 29일 형기가 만료되더라도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제한을 받는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재판을 받느라 매주 1~2회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17년부터 5년간 125차례나 공판에 불려 나갔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삼성그룹의 급식업체(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 수사에 나서 사법 리스크가 끝날 조짐이 없다.

‘삼성 위기론’이 안 나오면 이상할 정도다. 대형 투자와 인수합병(M&A)은 실종됐고 이 부회장의 ‘2030년 파운드리 1위’ 약속도 공수표가 될 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핵심 반도체칩 수주 경쟁에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대만 TSMC에 연패했다. 4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지난해 애플이 60%를 차지해 17%에 그친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대로 주저앉은 이유도 리더십 공백 장기화로 신성장동력과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 탓이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신 회장도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나 M&A를 결정하는 것은 오너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가 새 정부 출범 전 ‘통 큰 사면’을 통해 이 부회장 등에게 투자와 고용 창출로 경제에 기여할 기회를 주는 게 국민과 국가 모두에 이로운 일이다.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춘 사법부가 ‘묵시적 청탁’이라는 모호한 법적 잣대로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사면복권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