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된 지 4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지 어느덧 한 달이다. 하지만 인수위 활동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지금쯤이면 단기, 중·장기 국정 개혁과제가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우선순위에 따른 각각의 청사진과 실행 로드맵까지 하나씩 가시화돼야 정상이다. 변화와 쇄신, 숱한 정책의 정상화 바람에 부응하려면 인수위가 위기의식과 절박함을 더 갖고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남은 날은 딱 20일뿐이다.

어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지만, 국민도 동의할지 의문이다. ‘만으로 나이 통일’ 정도를 성과로 여긴다면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제대로 수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안 위원장은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지만 중요한 것은 방법론과 개혁 내용, ‘언제까지 책임지고’라는 구체적 방안이다. 인수위는 정당 논평 내듯 당위론이나 역설하는 곳이 아니다. “사회적 대통합기구를 만들어 모든 이해관계자를 모아 논의하겠다”는 연금개혁 방식도 자못 걱정이 된다. 그런 식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국민연금 개혁 과제를 맡겼다가 끝내 직무를 유기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뒤따라선 안 된다.

여소야대 국회 때문에 매사 힘겹다는 투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 훨씬 이전부터 압도적 제1당이었다. 거칠고 일방적인 행보 또한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보다 인수위 스스로 지지부진하고 미지근한 이미지를 주게 된 이유를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로 초반기에 힘을 너무 뺀 데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휘말려 주도권을 놓친 측면이 있다. 정부 조직에 대한 골격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부실 검증 논란까지 자초해 전력을 계속 낭비하고 있다. 심지어 안 위원장 본인부터 ‘장관 인사 불만설’이 외부에까지 들리게 하면서 전시사령탑처럼 움직여야 할 조직의 힘을 뺐다.

각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은 지금 인수위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도 이 귀중한 두 달을, 가뜩이나 안팎으로 엄중한 시기의 하루하루를 대충 보내서는 안 된다. 국내외의 인플레이션은 우려를 넘어 차기 정부 최대의 부담이 되고 있다. 공급망 대란 와중에 글로벌 산업대전(大戰)으로 기업들 위기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정부가 돈 쓸 곳은 나날이 늘어나는데 재정은 비어가고, 좀비기업과 빚더미 가계도 예사 문제가 아니다. 대대적인 규제 혁파로 성장엔진을 다시 돌리지 못한 채 관제(官製) 일자리나 또 만든다면 정권교체를 왜 했나. 정상화할 과제는 산업·금융·행정·공공·지자체 등에 산적해 있다. 신뢰성 있는 정책 로드맵이 지금쯤은 경쟁하듯 제시돼야 한다.

윤 당선인은 어제 “경제가 안보고, 안보가 곧 경제라는 경제안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제 복합위기’라는 진단도 했다. 전적으로 타당하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느릿느릿 인수위’ ‘여유만만 인수위’는 안 된다. 물러나는 정부의 비협조, 여소야대 국회 탓이나 하기엔 안팎 상황이 엄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