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1차 조각(組閣) 발표 때 이목이 쏠린 대표적인 사람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동산 난맥상을 해결할 적임자로 전문가가 아니라 중량감 있는 정치인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뜻밖의 인사에 담긴 당선인의 의중, 후보자의 일거수일투족에 부동산시장 풍향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일단 원 후보자는 아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그제 “부동산 가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부분(정책)은 안정 위주, 신중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현 정부의 시행착오 등을) 한 방에 해결하는 접근보다 전체와 조화·균형을 이뤄가겠다”고 했다. 이제 막 낙점받은 상태에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원 후보자 입장이 읽힌다.

그런데 어제부터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원 후보자는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해 “많은 문제를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은 한 측의 요구와 입장을 갖고 정할 수 없다” “임대차 3법은 원래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고 했다. 급기야는 “잘못된 가격 신호로 갈 수 있는 규제 완화나 공급은 윤석열 정부 청사진에 없다”고도 했다. 같은 날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마치 말을 맞춘 듯 “부동산값 폭등과 세금 폭탄은 새 정부 출범 뒤 당장 바로잡기는 힘들다”고 했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과도하게 커지면 정책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질 가능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실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11주 만에 하락세가 멈췄고, 서울 강남권 아파트 매수심리(매매수급지수)도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꿈틀대는 모양새다. 이런 점에서 원 후보자 등의 발언은 시장이 재가열되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 정도로 이해하고 싶다. 만약 그렇지 않고 부동산 규제 완화라는 대선 공약과 거래 활성화를 통한 시장 안정 기조를 바꾸겠다는 의도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이어진 규제 일변도 정책과 세 부담 강화가 국민 경제생활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따로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지난 대선의 민의(民意)도 이념에 기반한 무리한 부동산 규제를 걷어내고, 적재적소 공급을 통해 가격과 시장을 안정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인수위의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요구를 거부하고 새 정부가 알아서 하라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 인사들이 신중 모드라며 좌고우면하듯 해선 역효과만 날 뿐이다. 정부 출범기엔 일관된 신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