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환율이 달러당 116엔,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5달러일 경우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가 8조6000억엔(약 85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1980년 오일쇼크 이후 42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다. 경상수지 흑자 시나리오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유지하면서 엔화는 140~150엔까지 떨어지는 경우뿐이라고 하니 일본의 굴욕으로 부를 만하다.

엔저와 경상적자 우려가 조금씩 불붙기 시작한 일본 경제 비관론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일본은 한국처럼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유가가 오르고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해외에 지급해야 할 비용이 급증해 경상수지가 악화할 수밖에 없다. 경상수지 적자는 다시 엔화가치 약세를 부르는 등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일본의 경상수지는 작년 12월과 올 1월 두 달 연속 적자였다가 2월에 흑자로 돌아섰다. 일본 언론조차 미국 국채 이자 수령 등 일시적 요인 덕분이었을 뿐 조만간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는 등 일본의 고초는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은 아니다. 두 나라가 수출 제조업 중심의 닮은꼴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가스, 석유제품 수입 급증으로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도 35억달러에 달했다. 이런 추세면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일본과 똑같은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의 2월 경상수지는 64억2000만달러(약 7조8356억원) 흑자였지만, 흑자폭이 작년 동기보다 20%가량 줄었다.

한국 제조업은 디지털 전환에 발 빠르게 대응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화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보다 낫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 등 대표 기업들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고 원자재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수출도 마냥 늘어날 수만은 없다. 기축통화국이자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일본조차 맥없이 주저앉는 시대다. 일본 경제의 경쟁력을 갉아먹은 저출산·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 국가 부채의 심각성은 한국도 일본 못지않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한국 경제가 자산 거품이 꺼지기 직전인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수출로 부를 축적했지만,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자산 가격 급등 및 가계부채 급증으로 중앙은행이 긴축을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이제 막 스타트 라인에 서는 새 정부 경제팀이 새겨들어야 할 경고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까지 답습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