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그래도 봄은 오고 있다
지난 3월은 봄의 설렘도 잠시 모두에게 잔인한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를 낳으며 더 취약하고 어려운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많은 피란민이 발생했으며, 추운 겨울 피란길에 오른 아이들은 길지 않은 인생에서 아마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강원,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지역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이처럼 지난 3월 한 달 동안 뉴스에서 접한 소식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안타깝게 하는 것들이었다. 이렇게 희망을 바라보기 힘든 상황에서 한 줄기 빛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우와 진서 어머니는 홀로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남매를 돌보기 위해 식당 일과 신문배달까지 밤낮없이 일했다. 아이들 재활치료 때문에 고정적인 일자리를 얻기도 힘들었다. 늘 밝고 긍정적인 어머니였지만 홀로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2013년부터 약 10년 가까이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세 식구에게는 메마른 땅에 단비 같은 너무나 소중한 후원금이었지만 어머니는 더 큰 결심을 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비록 적은 돈이지만 언젠가는 곤경에 처한 누군가를 위해 크게 쓰일 거라 믿으며 매달 받은 후원금에서 돈을 모았다. 올해 2월, 큰 자녀인 진서가 성인이 되면서 어머니는 지난 9년간 모은 97만6845원을 다시 월드비전에 전달했다. 갑작스러운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이재민들을 보며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어머니의 편지와 함께 말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참 힘든 시기를 견뎌왔다. 질병, 분쟁, 재해까지. 모두가 힘든 시기인 만큼 혹시나 후원금이 줄어들지 않았는지 염려하며 질문하는 분들을 만나곤 한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따뜻한 후원자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거리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 기부를 시작한 강원 춘천의 환경미화원분들, 국가지원금을 받으며 생활하지만 지구 반대편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지폐를 고무줄에 묶어 가져온 기초수급대상자 어르신까지….

추운 겨울을 보내며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꽃이 피고 봄이 오는 것처럼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내면 반드시 봄은 온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세계는 손을 내밀어 서로의 손을 잡고 아픔을 함께하며 멈춰선 우크라이나의 봄을 다시 오게 하고 있다. 지지와 연대는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더 큰 희망을 바라보며 나아가자. 언젠가는 봄이 올 것이라 믿으며. 따듯한 봄 햇살은 도움을 주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 모두를 똑같이 따듯하게 해주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