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마케팅 기상도] '광고 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
광고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가치가 높은데도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광고를 믿지 못하고 검색 결과나 지인의 추천을 더 믿는 소비자도 있다. 광고에서 전하는 정보는 믿지 못하고 구전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얻는 정보에 더 의존하는 경향도 많다. 부당 광고, 유해 광고, 불편 광고, 뒷광고 같은 부정 광고는 신뢰를 추락시키는 주범이다. 광고산업계 내부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도 여전히 존재한다. 광고 내용과 형식도 문제지만 결국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게 된다는 사실이 더 심각한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2020년 9월 1일부터 시행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협찬이나 광고 계약에 따라 방송할 경우에 영상에 ‘광고·협찬’이라고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상품 후기’로 위장한 콘텐츠를 올리며 부당 광고를 하는 사업자가 있고, 뒷광고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 부정 광고를 척결하자는 취지에서 관련 법규를 다시 보완해야 한다.

관련 법규도 보완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광고산업계 전반에 ‘광고 건전성(advertising soundness)’의 가치를 확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광고 건전성이란 광고산업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이 온전히 작동함으로써 광고산업계 내부와 외부 사이에 에너지 순환이 순조롭게 이뤄져 공공의 이익이 증대되는 상태다. 메시지 진실성, 직업적 진정성, 소비자 존중성, 사회적 책임성, 메시지 호감성 같은 다섯 가지가 광고 건전성의 구성 요인이다. 광고 건전성은 광고 신뢰나 광고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광고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가치다. 광고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광고산업계에 필요한 정책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첫째, 광고의 무질서한 거래나 불공정 거래를 방지함으로써 광고의 대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판 ‘사팽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부패 방지와 경제생활의 투명성 보장을 위한 법으로 1993년 3월부터 시행된 프랑스의 사팽법을 보면, 광고 요금표와 거래 방식 그리고 보상체계의 투명성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재정경제원장이던 미셸 사팽이 주도해 만든 이 법은 기업 대상의 부패 방지법이다. 사팽법 조항 중에서 광고산업계와 관련된 주요 골자는 요금의 투명성(제18조, 제19조), 거래의 투명성(제20조), 광고회사의 대행 수수료는 반드시 미디어가 아니라 광고주에 의해서만 지불돼야 한다는 내용(제21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질서한 광고 거래를 방지하고 불공정한 광고 거래를 추방함으로써 광고의 대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판 사팽법 제정을 논의해야 한다.

둘째, 좋은 광고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광고의 대외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재 방식과 인센티브 방식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건전성을 훼손한 주체를 경고하는 ‘제재 방식’과 건전성을 함양한 주체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제재 방식은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적용해야 하며, 인센티브 방식이 건전성 의지를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광고주는 물론 광고 제작과 거래에 참여한 주체들이 광고 윤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광고를 만들고 노출했다면 그 광고를 ‘착한 광고’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광고주가 일정 기간 내보내는 광고에 대해 ‘착한 광고주’라는 인증을 사용하도록 정부에서 인증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나아가 1년 동안 노출된 착한 광고 중 어떤 광고가 사회 구성원의 신뢰와 공감을 얻었는지를 측정해 해마다 ‘착한 광고 대상’을 시상할 수도 있다.

사회 속에서 광고산업의 역할을 통해 공익성을 어떻게 증대시킬 것인지(대외 건전성 확보), 그리고 광고산업계에서 공정 거래를 정착시켜 기업의 다양성을 어떻게 확보해나갈 것인지(대내 건전성 확보)에 광고 건전성을 확보하는 해법이 있다. 광고산업계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광고 건전성을 확보하는 해법 제시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지금,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