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제철이 하청업체 노조(비정규직)와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고 지난 25일 판정했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을 하청업체 노조의 사용자로 인정했다. “근로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현대제철을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한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도 뒤집었다.

당사자인 현대제철은 물론 산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중노위 판정은 원청과 하청업체로 이뤄진 국내 제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 중노위는 현대제철과 하청업체 노조가 ‘산업안전’ 분야에 한해 단체교섭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문제는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데 있다. 노조가 안전문제에 정규직 전환 등 다른 조건을 넣어 패키지 교섭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중노위는 지난해 6월에도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업무에 구조적인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해 CJ대한통운 본사 점거의 명분을 만들어줬다. 원청과 하청업체를 ‘실질적 지배력설’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엮으면서 “단체교섭을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로 확장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례를 연달아 부정했다.

중노위 결정을 보며 ‘기울어진 노사 운동장’의 심판관 자격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노위 심판위원회는 출범 때부터 ‘친(親)노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현대제철 심판에 참여한 3명의 공익위원 중 한 명은 회사 측이 편파적인 성향(하청업체의 교섭권 보장 주장)을 이유로 기피신청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민변 출신인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중노위의 잇따른 노조 편향적인 판결은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준사법 행정기구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