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착한 기업이 사랑받는 시대
최근 착한 스토리가 뜨고 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서 각각 1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는 《불편한 편의점》과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공감과 위로를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착한 스토리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착한 소설인 《불편한 편의점》 등은 소설 전반에 흐르는 등장인물들의 배려와 포용이 주요 주제지만, 주 무대가 되는 ‘편의점’과 ‘서점’은 이른바 우리가 주목하고 싶은 착한 기업이다.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 직원들에게 넉넉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객들에게 값싸고 좋은 도시락을 추천하고, 좋은 책과 따뜻한 독서 모임을 제공하는 것이 편의점과 서점에 대한 신뢰를 높이면서 오히려 편의점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휴남동 서점은 자리를 잡아간다.

삶이 팍팍해지고 코로나로 사람들 간의 교류가 적어지면서 따뜻함과 배려, 착한 스토리에 감동하고 소비자들은 착한 기업으로부터 물건과 서비스를 구입하려고 한다. 기업의 ‘착함’은 고객들의 신뢰를 불러오고, 더 많은 제품 소비와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이런 흐름을 지켜보는 투자자들은 수익만을 좇는 기업이 아닌 착하고 신뢰받는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사실 인류 역사 이래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신뢰’는 필수 자산이었다. 수많은 정보가 수평적으로, 광속으로 확산하는 지금, 신뢰는 기업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로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회사인 PwC가 올해 초 발표한 연예 최고경영자 서베이(Global CEO Survey) 결과를 보면 고객 신뢰도와 기업 성장 사이에는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고객 신뢰도를 가진 기업 CEO 중 71%가 향후 1년 내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자신한 반면, 신뢰도가 낮은 기업의 CEO는 47%만이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페이스북은 수익을 위해서 가짜뉴스를 방치해왔다는 내부 고발이 터져 나오면서 ‘도덕적 파산’이라는 선고가 내려졌다. 이후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신뢰도 높은 언론 생태계 조성을 위해 3년간 3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긴 하지만 신뢰에 대해 절박함이 기업의 등을 떠밀며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신뢰 자산은 오랜 시간 경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부산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 신뢰는 기업의 중요한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동인으로서 특별한 관리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2022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에서 한국은 세계 27개국 중 러시아와 일본 다음으로 신뢰도가 낮은 국가로 꼽혔다. 특히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러시아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기업의 이윤 창출과 지속 성장에서 임직원과 고객, 그리고 사회의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신뢰가 새로운 혁신 코드로 등장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신뢰 자산을 얻기 위한 유무형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