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후위기와 물 부족
최근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보고서 내용은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 안전성은 물론이고 지구 온도가 2도 오르면 4억1000만 명에 달하는 도시 인구가 추가로 물 부족 문제를 겪고, 금세기 말까지 지구 인구의 3분의 1이 수인성 질병이나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물 위기가 우리 사회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했다. 물 위기와 싸운다는 것은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의미다. 물과 기후는 물의 증발과 강수량의 섬세한 균형적 순환 관계이다.

지난 20여 년간 자연재해의 74%는 가뭄과 홍수를 포함한 물과 연관된 사태였으며, 앞으로 이런 재난은 기후변화로 더 증가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가뭄, 홍수 그리고 빙하가 녹거나 해면이 상승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물 증발을 더 일으켜 더 많은 비가 내리게 하고 결국 땅이 흡수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아지면서 홍수를 일으킨다. 물이 범람하면 땅의 비료 등을 쓸어내 근처 호수나 저수지로 밀어내고, 조류 성장이 촉진되고 빛 흡수가 줄어들면서 조류의 독소 분비가 증가해 물고기를 죽이고 사람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 해면이 올라가 우리가 마시는 담수에도 소금이 유입돼 결국 물 자원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또한 온도 상승은 물속에 치명적인 병원균이 자라게 해 사람이 물을 마시는 것을 더욱 위험하게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마실 물 부족을 일으키며 물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해지고 결국 지역 간, 국가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로 인한 물 부족 문제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위협이지만, 취약국에서는 어린이의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즉각적인 위협이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약 4억5000만 명의 어린이가 충분한 물을 섭취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으며 매일 다섯 살 이하 어린이 700명 이상이 설사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가 잘 걸리는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질병이 증가하는 이유다. 2040년까지 어린이 4명 중 1명은 수분 스트레스가 아주 심한 물 부족 지역에 살 것이라고 한다. 수분 스트레스는 그 지역에서 필요한 물의 양이 부족하거나, 물이 충분하더라도 오염돼 마실 수 있는 물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팬데믹을 경험하며 세계가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개도국 아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위협이 나의 무분별한 소비 및 자원 사용과 무관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3월 22일 오늘은 ‘세계 물의 날’이다. 오늘을 계기로 물 부족과 전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구마을 이웃들 특히 취약한 아이들에게 지지와 관심의 손을 내미는 기후행동의 연대가 더욱 커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