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4명 인수위원 인선을 마무리했다. 인수위 진용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각계 전문가와 경험이 풍부한 관료 위주로 ‘실무형 인수위’를 잘 꾸렸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공동정부 취지에 걸맞게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들을 중용한 흔적도 엿보인다. “일 잘하는 정부, 능력 있는 정부로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는 윤 당선인의 다짐에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곳곳에서 위험 요소들도 포착되고 있다.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몇 차례 발언은 자칫 국민에게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칠 우려가 크다. 당선인도 아닌 참모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 수용을 거론하고, 그것도 현직 대통령 측근과 연계해 ‘사면 딜’까지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 권 의원은 또 검찰총장 퇴진을 압박하는 발언도 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검찰조직 내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총장이 반발하는 바람에 우스운 모양새를 자초한 꼴이 됐다. 의욕이 앞선 조급증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윤 당선인은 측근들 ‘입단속’을 단단히 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정수석실 폐지도 올바른 방향이나, 너무 일찍 공론화한 감이 없지 않다. 한은 총재 등 공공기관 인사도 인사권자로서 대통령의 권위는 살려주면서 물밑 협의를 통해 당선인 측 의중을 반영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 이전 문제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당선인의 뜻은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됐으니, 광화문·용산 모두 마땅치 않다면 과감히 접고 소통 기회를 넓힐 수 있는 다른 방향을 모색하길 권한다.

인수위는 시급한 현안과 긴 호흡의 정책과제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대한상의 국민제안 접수 결과는 좋은 참고자료다. 국민이 느끼는 최대 당면과제는 코로나 극복이다. 선거 유세 때는 현 정부의 방역 실정을 맹비난하더니, 선거 이후에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언급이 쏙 들어갔다. 방역지침과 거리두기 문제, 소상공인 지원 등에 대해 정책 책임자라는 자세로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 문 정부의 5년 실정으로 국정 전반이 워낙 광범위하게 훼손되긴 했으나, 인수위가 모든 것을 다 뒤집겠다는 과잉 의욕보다는 냉정하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긴 호흡으로 촘촘하게 새 5년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며, 겸손, 소통, 책임을 3대 운영 원칙으로 삼겠다”는 안 위원장의 말은 이런 취지에서 적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