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대체불가매력' 지닌 산업의 미래
최근 캐나다 가상자산 투자회사 토큰스닷컴이 가상부동산 플랫폼인 디센트럴랜드의 디지털 상가를 약 28억원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메타버스 부동산 개발업체인 리퍼블릭렐름은 샌드박스 내 디지털 부동산을 약 51억원에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세컨서울이라는 가상부동산 업체가 서울 지도를 6만9300개 타일로 나눠 팔았는데 하루 만에 완판됐다고 한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싶은데도 가상부동산,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에 대한 투자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실제로 머물 수도 없는 가상공간의 집이 수억원에 거래될 뿐 아니라 ‘아바타’의 성형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미용사 등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에 NFT라는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돼 가상 세계의 물건과 경험에 소유권과 물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젊은이들에게 현실에서 꿈꾸지 못하는 삶을 경험하게 하고, NFT는 그 삶의 기록을 보증하는 동시에 현실과 연결해준다. 요즘 10대에게 방을 꾸민다든가, 성형을 한다는 것은 메타버스에서 방을 꾸미고, 자신의 아바타를 성형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에서는 집 밖에 잘 나가지도 않고 사람과 대화조차 안 하는 이들이 가상 세계에서는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거침없이 데이트를 즐기고 자신을 뽐낸다. 남의 시선이나 사회적 통념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느낀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가상 세계의 장점 때문이다.

가상산업을 둘러싼 시장은 커지고 관련 기업과 개발자도 많아졌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열정과 비전은 되레 퇴보하는 듯해서 안타깝다. 초기 개발자들은 현실 세계의 불합리함을 극복하고 신기술로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열정과 아이디어가 넘쳤다. 하지만 근래에는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진지한 비전보다는 한탕주의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 없이 NFT 사업을 하겠다고 조언을 요청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방정부 차원의 가상자산 및 디지털 화폐 연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리 정부도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에 대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기술이 지닌 모호성, 기존 서비스와 경계가 불분명한 혁신 개념, 빠른 기술 진보 등을 고려하면서 옥석을 제대로 가려낼 제도를 만드는 일은 매우 까다롭고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가상 세계는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현실 세계까지 바꾸고 있다. 신기술과 미래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루 속히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산업은 성장시키되 선량한 소비자의 피해는 막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