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강력한 자유민주 동맹을 원하십니까?
1차 냉전 시대의 조종을 친 소비에트연방 붕괴 30주년을 막 지난 2022년 벽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으로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는 ‘퍼펙트 스톰’을 만났고 본격적인 2차 냉전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향후 추이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대체로 세 가지 시나리오, 조기 상황 종료·갈등 장기화·대대적 군사 충돌의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국제금융시장 반응으로 보면 치명적인 상황은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어렵다. 핵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 세계 정치경제 구도의 지각변동 개연성은 커지고 있다.

지난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미국 및 주요 우방국의 ‘금융 핵폭탄’ 투하로 빚어진 루블화 폭락과 기준금리 폭등 그리고 대형 국영은행 파산설은 러시아 경제 타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러 중앙은행도 제재 대상이 되면서 6300억달러 규모 외환보유액의 60%에 달하는 해외 자산이 동결되고 외화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자본통제라는 극약 처방이 불가피해졌다. 러시아 대외 총부채의 30%에 해당하는 1350억달러 단기 부채의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 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국제신용평가사의 러시아 채권 투기등급 강등으로 국가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추이에 따라 동북아시아에도 큰 파장이 예상되고 미·중 패권 갈등이 대만을 둘러싼 충돌로 번질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비이성적 행보는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한국 경제 파장은 이미 가시화돼 원자재 가격 폭등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고물가·저성장 추세를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도전은 세계 3대 사회주의 독재정권(중국·러시아·북한)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이 당면한 지정학적 위협이다.

러시아발(發) 냉전 시대 도래는 미국 제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소환한다.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지킨 탁월한 지도자로 꼽히는 그는 1991년 구 소비에트연방 해체의 초석을 다졌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레이건 독트린을 기초로 ‘군사력(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를 주창했고 레이거노믹스 정책 추진으로 정부 세출 감소, 소득세 감면, 기업 규제 완화를 통해 고용 창출과 인플레이션 극복 등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 그는 임기 중 미국 사상 최장의 평화 시대 호황기를 열었다. 배우 출신 레이건 대통령이 1980년 대선에서 당시 지미 카터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겨냥해 유권자에게 던진 “당신은 4년 전보다 더 잘사십니까?”라는 질문은 아직도 선거철이면 회자되는 명언으로 꼽힌다.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와 중국의 공통점은 ‘큰 나라가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오판’이라 했고, 푸틴과 시진핑을 비슷한 제국주의자로 평가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사태로 의외의 ‘푸틴 효과’도 감지된다고 지적했는데, 푸틴의 무력 도발에 대응해 G7(주요 7개국) 중심으로 서방세계가 유례없이 총단결하고 있다는 얘기다. 나아가 ‘자유 진영의 결집’이 러시아의 국제 고립을 심화시키고 서방국 제재 타격을 받은 올리가르히(친푸틴 신흥 재벌) 등 내부 반발로 체제 붕괴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베스트셀러 《이번엔 다르다》의 저자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주 기고를 통해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지난 30년간 누려온 탈냉전 시대의 ‘평화 배당(Peace Dividend)’은 끝났다고 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핵심 이슈인 환경 변화와 양극화 문제에 더해 지속 성장을 위한 대외 안보 위험 관리가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르면서 탈냉전 이후 계속 낮아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반등이 불가피해졌다. 국방비 지출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절제된 재정 운영은 필수고 자주 국방력 강화와 자유우방과의 안보 연대 확대가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세계 정세가 격동하는 시기에 지도자의 정체성과 안보관에 대한민국 운명이 달렸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접근하라는 말처럼 최소한 두 가지 질문을 생각하며 이번주 투표장으로 가야겠다. “여러분은 5년 전보다 더 잘사십니까?” “여러분은 튼튼한 한·미 동맹을 원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