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산업생산과 소비가 동반 감소했다.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경기선행지수도 7개월째 내리 하락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타격 등으로 올해 우리 경제가 첫달부터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출발한 것이다.

1월 전(全)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0.3% 감소해 석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비판매도 한 달 만에 1.9% 줄어 18개월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업종별로 보면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고, 설비투자는 오히려 소폭 오르기도 해 1월 숫자만으로 경기가 영 나빠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기지수도 몇 달 뒤를 가늠하는 선행지수는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조사 시점을 평가하는 동행지수는 나쁘지 않다. 다만 지난달부터 코로나 확진자가 정부 예상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으로 2월 이후 경기는 더 나빠질 개연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현실화한 ‘인플레이션 습격’과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에 따른 금융·자산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봐도 그렇다.

산업생산은 물론 다른 경기지표도 한두 달 다소 나쁠 수 있고, 반짝 좋아지기도 한다. 기저효과도 있는 데다, 전쟁 악재까지 불거진 지금 같은 격변기에는 더 그럴 수 있다. 어느 한쪽의 산업이나 특정 구간만 끊어 판단하는 게 위험한 이유다. 거시경제를 운용하는 정부는 그래서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작년 말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을 재확인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통계청 원자료를 평가한 기획재정부 보도자료도 그렇다.

경제운용에서의 ‘심리적 측면’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상황을 호도해선 안 된다. 행여라도 코앞에 다가온 선거를 의식한 의도적 낙관론이라면 더욱 곤란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회색 코뿔소가 달려온다’는 심각한 위기 예보가 잇달았다. 중국 경제가 넉 달째 제조업 활기에도 불구하고 1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도 이래저래 장담 못할 상황이다. 물가가 치솟는 와중에 가계빚 상환 부담이 5년 전에 비해 17%나 늘어났다는 분석을 보면 소비도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생산·소비 하락세도 무섭고, 안팎의 위험 요인 또한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왜 정부 눈에는 달리 보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