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의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을 22%로 추계하고 있다고 한다. ‘세금 폭탄’을 초래한 작년 상승률(19.08%)을 넘어, 2007년 역대 최고 상승률(22.7%)에 육박하는 것이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이고 건강보험료, 복지수급자 선정 등 60여 개 민생 분야 기준으로 활용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고가주택일수록 공시가 인상률이 높은 점도 걱정을 더한다. 작년 34만6000가구이던 종부세 대상(공시가 11억원 이상) 주택이 올해는 58만~60만 가구로 70%가량 급증할 것이란 게 국토부 내부 추정이다. 이 중 50만 가구가 집중된 서울에선 다섯 집에 한 집꼴로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들게 된다. 중산층 주거지인 서울 길음·답십리·신도림동, 경기 고양 일산 등지에서도 종부세 대상 주택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유세의 일종인 종부세가 이처럼 중산층에게까지 세금 폭탄을 안기게 된 사태는 정부가 2020년 말부터 밀어붙인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여파다.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 9억원 미만 아파트는 2030년까지 공시가 시세 반영률을 90%로 끌어올리는 게 로드맵의 주요 내용이다.

한국과 달리 선진국은 실제 소득 발생과 무관한 재산세 과표와 부담액 상승을 엄격히 제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주택 평가가치 상승률을 연 2% 미만으로, 뉴욕주는 재산세를 5년 평균 부동산 평가액의 2% 미만으로 묶고 있다. 일본도 200㎡ 이하 소규모 주택용지에 대해서는 특례 과표를 적용한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은 유화 모드로 돌변해 ‘공시가격이 올라도 재산세와 건보료를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시가 적용 1년 유예는 차후 더 큰 세금 충격을 가져오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유력 대선 주자들도 공시가 제도 개정에 공감하는 만큼 현 정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근본적 개선책에 착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