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 한국 인구가 5만7300명 줄었다. 우려스런 인구 자연감소가 2년째 이어진 것은 출산율이 너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빠른 고령화로 수명이 늘어나지만, 합계출산율(여성 1인이 평생 낳는 출생아)은 사상 최저인 0.81명으로 내려갔다. 전년도 0.84명에서 바닥도 없이 더 떨어져 2021년의 신생아는 26만500명에 그쳤다.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100만 명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출산 절벽’ ‘인구 재앙’이라는 걱정이 과장이 아니다.

한국은 아이를 가장 적게 낳는 국가일 뿐 아니라 가장 늦은 나이에 낳는 나라가 됐다. 인구감소로 당장 몇 년 새 어떻게 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가능 인구의 급감에 따른 중차대한 문제점들이 파생된다. 국민연금 개혁처럼 당장 묘수도 없는데 힘만 든다고 외면하면 종래에는 더욱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게 된다. 요컨대 한 사회의 미래 존망에 관한 기본 문제다.

인구 문제의 복잡성을 염두에 두면, 해법 또한 복차방정식처럼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이라며 20년 넘게 쏟아부은 예산만 해도 수백조원의 천문학적 규모가 되면서 이제는 실감도 나지 않는 지경이 됐다. 그 많은 나랏돈을 어디에 다 썼으며, 그 결과가 거꾸로 세계 1등의 저출산이냐는 문제 제기도 새로운 게 아니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이달 들어 제4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라는 것을 발족시켜 범부처 차원의 대책을 계속 강구하겠다지만, 솔직히 기대난망이다.

국회나 정치권, 일부 학계에서는 여전히 더 많은 직접 예산 투입을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인구전담청 신설 같은 주장도 그런 맥락이다.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제한된 국가 재원을 여기에만 집중하기는 어렵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 조직부터 만들자는 발상도 곤란하다. 더구나 저출산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현저해지는 세계적 현상이다.

사회적으로 보면 저출산은 주택문제를 비롯해 보육·교육 부담과 맞닿고, 궁극적으로 좋은 일자리 문제로 귀착된다. 가사분담과 출산·육아휴가 확대, 학제개편 등을 통한 교육비 경감 노력과 함께 고용 확충에 정부 정책과 지자체 행정의 초점을 맞추는 게 시간이 걸려도 정공법이다. 적정수준 경제활동 인구 유지 측면에서는 유연한 고용 제도로 고령자가 더 일할 수 있게 하면서, 해외 인력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것을 더 미룰 수 없다. 인구문제의 본질과 해법찾기에서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