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청년실업 해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
청년실업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근래 청년실업률이 부쩍 높아졌다. 청년 근로시간 감소와 관련한 최근 연구 결과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프린스턴대 마크 어과이어, 로체스터대 마크 빌스, 예일대 커윈 찰스, 시카고대 에릭 허스트는 2021년 ‘저널 오브 폴리티컬 이코노미’에 발표한 ‘여가 소비와 청년 남성의 노동 공급’ 논문에서 미국 청년 남성의 노동시간 감소 원인의 하나로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사용의 보편화로 인한 여가 및 소비생활 패턴의 변화를 지목했다.

대개 소비 행위는 돈을 주고 구입한 상품과 여가시간이 적절히 결합돼 이뤄진다. 명품 구입처럼 돈이 아주 많이 드는 소비패턴(상품 위주 소비)도 있고, 컴퓨터 게임이나 영화 관람처럼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소비패턴(여가시간 위주 소비)도 있다. 컴퓨터 게임의 가격 하락과 인터넷 보급 확대로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여가 위주의 소비패턴이 젊은 층 사이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소비패턴 변화가 노동 공급 감소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양질의 여가·소비생활을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으로도 어느 정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소비패턴은 장시간 근무를 요하는 직장보다 월급이 다소 적어도 근무시간이 자유롭고 여가시간 확보가 용이한 직장을 선호하게 한다. 이는 사실상 노동 공급과 근로의욕의 감소를 의미해 청년 실업률 상승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이 저소득, 저학력, 흑인 남성 그룹에서 두드러졌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위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컴퓨터 게임의 가격 하락이 미국 21~30세 남성의 노동 공급을 3.2% 감소시켰다.

2000년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 노동시장에 나타난 또 다른 변화는 미스매치(노동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경제학자들이 노동시장 분석에 자주 사용하는 통계량이 실업률이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아직 직장을 못 구한 구직자 비율을 나타낸다. 이와 대조되는 통계량은 빈일자리율로, 전체 일자리 수 대비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공석으로 남아 있는 일자리 숫자다.

전통적으로 실업률과 빈일자리율 사이에는 안정적인 관계(흔히 베버리지 곡선이라 부름)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특히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과 빈일자리율 간 안정적 관계가 무너졌다. 과거에는 비어 있는 일자리가 많으면 취직이 용이해 실업률이 하락했으나 최근에는 비어 있는 일자리가 제법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업률이 높다. 이처럼 높은 실업률과 비어 있는 일자리가 공존하는 것을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라고 부른다. 기업은 사람이 없다 하고, 구직자들은 일자리가 없다 한다.

노동시장 미스매치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대개 특정 노동에 대한 수급 불일치가 주원인이다. 고학력자 수가 늘어남에도 경제가 그에 합당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급격한 생산기술 변화로 특정 기술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서 발생하기도 한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는 한국의 경우 경제가 모든 대졸자에게 원하는 일자리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경제를 경험하며 각종 생산 과정에 정보기술(IT) 도입이 더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기술과 시장 환경 변화 따른 특정 노동에 대한 수급 불일치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가 청년들을 위해 되도록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겠지만 모든 이가 다 각자 만족하는 직장을 가질 순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과거에 비해 나이보다는 능력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 해당 업종 또는 직장에서 오랜 기간 근무 경험이 축적돼야 고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임금체계가 설계된 사례가 많다. 저소득층 청년의 노동 공급 감소와 경력 단절은 장기적으로 인적자본 축적의 저해로 이어져 경제적 불평등을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 정부뿐 아니라 청년 스스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하고 준비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