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韓銀 '화살' 부족한데 과녁 늘린다니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올리면서 기준금리는 2년 만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연 1.5% 기준금리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는 한은 총재의 발언은 앞으로 기준금리 2% 시대도 머지않았음을 시사한다. 경기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저금리 정책 기조가 조만간 전환될 것임은 누구나 예상했지만 현재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한은이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크고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물가는 예상보다 상승폭과 상승 품목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상당 기간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3%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말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올해도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할 수 있고 현재의 가계부채 규모 또한 우려되는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하는 한은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 물가 상황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급격한 금리 인상이 꼭 필요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현재의 물가 상승 압력은 코로나로 위축된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는 데 따른 수요 증가와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현상에 따른 공급 부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충격으로 위축된 소비는 최근 서비스보다 재화를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 한편 코로나 확산으로 국제무역이 한동안 중단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떠받치고 있던 물적, 인적 자원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공급은 당장 원활히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단기간에 충분히 늘어나기 어려운 공급으로 인해 현재 물가 상승 압력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물가 상승 압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소되기 마련이다. 공급 측 요인으로 인한 물가 상승분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에 현재의 금리 인상 속도는 너무 빠르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지점이다.

사실 한은이 주요 선진국들보다 금리 인상에 서둘러 나선 이유는 한국의 가계부채와 보다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2020년 말 한국의 가계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고 2020년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4위에 이른다. 게다가 이렇게 가계부채 규모가 큰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은 가계부채 증가율도 높다. 2011년부터 물가안정에 더해 금융안정을 정책목표로 명시하고 있는 한은으로선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한은이 활용할 수 있는 마땅한 정책수단은 금리뿐이라는 점이다. 금리라는 하나의 화살을 가지고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두 개의 과녁을 맞히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물가상승 압력의 추이를 지켜보며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한은으로선 보다 시급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서둘러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비록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이렇듯 두 개의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정책수단을 지니지 못한 한은에 또 다른 정책목표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5개 한은법 개정안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외에 고용안정까지 정책목표에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날이 복잡해지는 경제문제에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올라만 간다. 다만 과녁의 수는 늘리면서 화살을 더 주지 않을 요량이라면 애초에 모든 과녁을 동시에 맞힐 기대는 말아야 한다. 한은이 명사수가 되길 바란다면 과녁이 늘어나는 만큼 화살의 수도 늘려줘야 하지 않을까?